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Jan 19. 2024

초록의 시간 677 사랑의 빛

설렘의 향기

흰 눈 펑펑 쏟아지는데도

혹시나 헛걸음하는 꽃손님을 위해

가게문을 열었다며 허허 웃으시는

꽃집 할아버지는

그러나 이 꽃 이름을 그만 까묵~

나이가 드니 자꾸 까먹는다며

멋쩍어하십니다


괜찮아요

이 꽃 이름 제가 알거든요

어디서나 만나기 쉬운 빨강꽃

칼랑코에 그중에서

아마도 분홍 겹꽃 핑크스타와

노랑 겹꽃 옐로우스타인 것 같아요


더구나 괜찮아요

꽃 이름도 사람이 지어준 것이니

꽃이  어떤 이름을 가졌든

설령 이름을 다르게 알고 있거나

이름 없는 꽃이더라도

세상 모든 꽃은

곱고 예쁜 꽃이니까요


꽃 이름은 잊었으나

피면 필수록 예쁠 거라고

아직 덜 피었지만

금방 화사하게 피어날 거라고

게다가 한 달 넘게 꽃을 볼 수 있고

잘 자라면 스무 살까지도 살 수 있는데

순둥꽃이라 키우기도 까다롭지 않다며

덤으로 건네주시는 말씀마다

꽃향기 그윽이 얹혀 있어요


지금도 충분히

망울망울 수줍고 예쁘고

꼬물꼬물 사랑스러우니

어서 활짝 피어나라고

다그치거나 서두르지 않을래요


칼랑코에는 빨강도 있고

분홍이도 있고 노랑도 있고

하양과 보라에 주홍이있어서

눈으로 보기에 화사하고 다채롭지만

사랑의 빛은

서두르는 게 아니니까요


사랑하어서 피어나 만나자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비 오고 눈 오다 해가 나는

들쭉날쭉 요즘 날씨바람처럼

어수선하고 번잡할 테니까요


칼랑코에 노랑 분홍 꽃망울들이

어찌 보면 프리지어를 닮은 것처럼

올망졸망 귀엽고 앙증맞은데

설렘이라는 꽃말까지도 사랑스러워요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섬이 원산지라니

쪼매난 꽃이 참 멀리까지

여행을 떠나온 거죠


칼랑코에는 돌나물과 꽃인데

줄기나 잎에 수분이 많은

다육식물이랍니다

그래도 물은

너무 자주 주면 안 된다고 해요

꽃집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2주에 한 번이면 적당하다고 하니

게으르미에게 안성맞춤꽃입니다


그런데 칼랑코에의 향기는

기대하지 않아야 합니다

설렘의 향기는 잔잔히

마음으로 느껴야 하니까요


사랑의 빛은

서두르지 않을수록 해맑고

설렘의 향기도

기다릴 줄 아는 만큼

깊고 곱고 아름다우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초록의 시간 676 변하면 변하는 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