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06 나만의 무무데이
무세수에 무커피
무세수의 날과 함께
무커피의 날도 있어요
둘이 합쳐지면 무무데이죠
물론 나만의 한정데이입니다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날
잠에서는 깨어났으나 눈 감은 채
발가락만 꼼지락꼼지락
뒹굴대며 생각합니다
귀찮고 번거로우니
오늘은 무무데이~
그러나 세상 일 그 어느 것 하나
내 맘대로 되는 법이 없죠
우유 한 잔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우유 자리가 휑합니다
깜박 잊었어요
아침배송 기사님도 가끔은
쉬시는 날이 필요할 테니
배송 주문을 건너뛰었거든요
우유가 없으니
우유를 마시겠다는 핑계로
카페라떼 한 잔 사러
집 앞 카페로 슝~
오늘의 대기번호는 108
번호표를 받아 드는 순간
어머나~ 쓴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108번이라니 108 번뇌 맞군요
부처님의 제자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으나
인생은 고해 맞습니다
고뇌의 바다 고난의 바다
고통의 바다를 저마다 허우적~
불제자인 친구님들이 들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쩝~ 하시겠으나
커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워들은 대로 중얼거려 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는
집착으로부터 생기는 108가지 번뇌라죠
잘은 모르지만 계산법이 따로 있다고 해요
알알이 염주도 108개 알맹이
사찰에는 108 계단이 있고
절을 할 때도 108배라고 들었어요
108이라니
정말 많기도 합니다
108이란 숫자가 오래전에는
많다는 뜻으로 쓰이던 수라고 해요
재미난 것은
야구공의 실밥 수도
108이라는데요
그 또한 신기합니다
투수가 공을 한 번 던질 때마다
108번 고뇌를 겪어야 하는 건
설마 아니겠죠 아니기를~
세상 일은 맘대로 안 되는 것 투성이라
가끔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세상 일은 신기한 것도 많아서
때때로 재미나기도 해요
대기번호 108 앞에 두고
떠오르는 질문 하나
번뇌가 108 가지라면
기쁨은? 행복은? 즐거움은?
옛다 모조리 108~ 은 아닐 테죠
공평하게 108이면 좋겠으나
에이 그럴 리가~
설마 그럴 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