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55 조약돌을 닮은
개성주악이랍니다
티브이에 가파도가 나온다며
친구가 보라고 톡톡댑니다
가파도는 작고 아늑한 섬이래요
거기서 제주 산방산이 보여 좋답니다
보리밭이랑 보말칼국수도 좋고
모슬포에서 배 타면 금방이라고
친구가 한마디로 좋은 섬
가파도에 가보자고 하길래
그래 언젠가 가보고 싶다
갈 수 있음 좋고
아님 말고~
가보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가보지 못하는 대신
먹고 싶은 건 가끔 하나씩
맛보리라 생각하는데요
친구 손 잡고 정답게
가파도에 가고픈 마음을
개성주악으로 대신합니다
가파도와 개성주악이
대체 뭔 상관?
상관있습니다 있고 말구요
주악이라는 이름이 재미나서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게
사실이긴 합니다만
친구와 가파도에 가보자고
얘기를 나눈 후에는
즐거운 접점 하나가 생겼거든요
가파도 바닷가 어딘가에서
푸른 파도소리 따라 구르고 있을
조약돌 같은 개성주악이라고 생각하며
어린이는 아니지만
어린이 못지않게 철이 없으니
어린이날을 핑계 삼아
어린이날 기념으로
개성주악을 먹어보기로 합니다
얼핏 보기에 찹쌀도넛 모양인데
이름이 개성주악이랍니다
조약돌처럼 앙증맞은 모양이라서
주악이라 불렀다고 하는데요
찹쌀가루를 반죽해서
송편처럼 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고급진 떡으로 궁중에서는
조악이라 불리기도 했답니다
그러니까 개성주악을
간단 정리하면
찹쌀가루와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긴 앙증맞은
찹쌀떡도넛인 거죠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
막걸리로 반죽을 하고
둥글게 부풀어 오른 되직한 반죽을
동글동글 빚어 기름에 지져내는데
개성지방에서 자주 해 먹어서
개성주악이래요
약과나 모약과와 함께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음식이라니
어린이날 귀한 손님이 바로 나인 듯
개성주악 하나를 나에게 선물합니다
조약돌 닮은 귀여운 개성주악에
꾸덕한 황치즈가나슈까지 더해져
쫀득하고 눅진하고
짭조름하면서 달콤 고소합니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니
커피 친구로 딱 좋아요
오늘은 개성주악으로
일단 만족하고
친구 따라 가파도 가는 꿈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조약돌처럼 곱게 간직하며
잠시 미루어둘 수 있는
내일의 꿈 하나도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