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773 사랑 두 글자
오고 가는 마음
사랑이 무엇인가 물으신다면
무조건 존중이라고 대답할래요
내가 준다는 생각도 없이
너에게 주었다는 기억도 없이
또 주겠노라는 막연힌 약속도 없이
마디도 없고 매듭도 없이
물처럼 졸졸졸 흐르는 것이
사랑이라는 두 글자~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네게서 저만큼 돌려받겠다는
분명한 계산이나 아쉬운 미련 없이
너와 나를 향해 오고 가는
높낮이 없이 평평하고
막힘 없이 편안한
그 마음이 바로
사랑이라는 두 글자~
사랑 두 글자가
대체 무엇인가 물으신다면
오고 가는 마음이라고 대답할래요
무턱대고 머무르는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어딘가로 향하는
물 같은 마음이
시랑이라는 두 글자~
내가 못 가면 와 주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대답할래요
정원 있는 집에서 살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서 조금 아쉬울 때
집 가까이 예쁜 정원도 잠시 생기고
정원 구경을 핑계 삼아
나들이를 와 주는 친구도 있으니
손짓해 부르고 웃으며 대답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두 글자~
가까이 또는 멀리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친구가 있고
내가 이름을 불러줄 친구도 있고
만나자고 기쁘게 약속할 수 있으나
그 모두가 서로를 위해
비울 수 있는 시간의 정성이니
비우고 또 채워가는 시간이 바로
사랑 두 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