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도리꽃이랍니다
그렇게 적혀 있더랍니다
친구가 산책 삼아 걷던 동네에
붉은 꽃이 확 눈에 들오더랍니다
삐뚜름한 나무조각에
삐뚤빼뚤 꽃이름을 적었는데
막 글자 배우는 아이 수준이더라고
오랜 엿날 사람 같은 글씨라고
하하 웃으며 꽃구경도 하고
글자구경도 했다는군요
촉도리꽃일까요 쪽두리꽃일까요
아니면 족두리꽃일까요
새각시 머리에 얹는 족두리처럼
하늘하늘 피어나 족두리꽃이래요
하양 빨강 보라에
분홍 연분홍 진분홍 나비처럼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는 족두리꽃은
왕관꽃이라고 부르거나
풍접초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죠
그런데 사진 속 촉도리꽃은
그냥 촉도리꽃이 맞나 봅니다
내가 아는 족두리꽃과는
조금 다르게 피었어요
촉도리꽃 이름표를 달고 있는
진분홍꽃들을 바라봅니다
족두리꽃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리~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고
촉도리꽃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이백의 "촉도난'이
문득 떠오릅니다
'아 높고도 높구나
아슬아슬 촉나라로 가는 험한 길
저 푸른 하늘을 오르기보다
더 어렵다'라고 읊었는데
인생길이 바로 촉도인 듯
촉나라 가는 험한 길이
바로 우리 인생길인 듯싶습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
잠시 쉴만한 곳도 있고
반반하고 평탄한 길이
금방이라도 펼쳐질 것 같은데
오르면 오를수록
더 가파른 오르막길이니
인생길도 촉도난 못지않으니까요
옛 아녀자의 글씨와도 같은
촉도리꽃의 주인장은
어떤 길을 걸어
지금에 이르렀을까요
연지 곤지 곱게 찍고
나비 하늘거리는 족두리 쓴
예쁘고 사랑스러운 새색시였다가
어렵고 험한 인생길 숨 가쁘게 걸어
비로소 이 꽃밭 앞에 이르렀을까요
작은 마당 한 귀퉁이에
손바닥만큼 촉두리꽃 심고 가꾸는
호사로운 시간을 누리며
환하게 웃고 있을까요
족두리꽃이면 어떻고
촉도리꽃이면 또 어떠랴
살아보니 인생 뭐~
뒷말은 안으로 삼키며
지금이 좋으니 이대로 좋다고
호호 꽃처럼 웃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