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874 첫눈 안부 전합니다
하얀 눈길 새하얀 미소
기다리는 것은
천천히 옵니다
기다리지 않으나
와야만 하는 것들은
천천히 오지 않습니다
어제 오후
바람 세차게 휘몰아칠 때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니
노란 은행잎 수북이 쌓인 자리에
주차했던 차가 빠져나가 휑한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났어요
바로 그 곁에
천천히~라는 하얀 글자가
눈에 쏘옥 들어온 것은
추위를 몰고 다가오는 겨울에게
건네고 싶은 내 마음이기도 했죠
겨울아 겨울아
오더라도 천천히 오렴
토끼처럼 오지 말고
거북이처럼 와 주렴~
느린 거북이처럼 왔다가
부지런쟁이 토끼처럼
신나게 가 주면 더 좋고~
그런데요
토끼는 토깡토깡
부지런히 뛰고 있지만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군요
운동 따위 필요 없어~
느리고 느린 느림보 거북이는
느리게 기어가면서도
무려 400년을 산다고 해요
그래서 친구와 얘기했어요
거북이처럼 게으르면서도
깡총대는 토끼처럼
성급한 마음을 부여안고 사는
너와 나 우리지만
조금씩 천천히 여유롭게 지내보자
마음이 앞서면 넘어지기 쉬우니~
그리고 밤새 첫눈이 내려
하얀 세상이 되었습니다
어제는 노란 은행잎 세상
오늘은 하얀 첫눈 세상
철부지 어릴 때만큼
첫눈이 설레고 반갑지는 않으나
그래도 을해 처음 만난 첫눈이니
환하게 웃으며 반겨야죠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하얀 눈길 걸으며
새하얀 첫눈 미소로
첫눈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첫눈 안녕?
겨울도 안녕?!
우리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