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ring Nov 28. 2024

초록의 시간 875 첫눈의 설렘과 기쁨

백설아기 희도에게

백십여 년만의 펑펑 함박첫눈이래요

철이 아직도 한참 덜 든 나는

눈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아끼던 새 운동화 떡하니 꺼내 신고

그래도 미끄러워 넘어질까

엉금엉금 거북이걸음으로 조심하며

칠렐레 팔렐레 눈길을 걸어 다녔어요


그러다 보았죠

커다란 나뭇가지들이

내려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개 숙여 축축 늘어져 있는 모습과

송이송이 하얀 눈송이 사이사이로

붉은빛 선명하게 얼굴 비죽 내민

애잔한 애기 단풍잎과

그 모습 핸드폰 꺼내 찍고 있는

젊은 엄마의 애틋함을 보았어요

철부지 나를 보는 듯해서

혼자 피식 웃으며 지나쳤어요


그리고 또 보았죠

건널목에서 자전거 바구니에

예쁘장한 김장 무를 가득 채우고

한 손에 우산까지 들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좀 나이 든 엄마를 보며

오래전 울 엄마를 생각했어요


지금은 김장 따위 상관없는

철부지 엄마가 되셨으나

어김없이 울 엄마도

포근하게 첫눈 내리던 날

첫눈의 낭만이고 뭐고 상관없이

자식들 배불리 해 먹일 생각으로

김장무를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횡단보도에 서 계셨을 테죠

첫눈 따위 내리거나 말거나

올망졸망 알타리무 같은 자식들 얼굴만

가슴에 한가득 끌어안으셨을 테죠


그리고 또 만났습니다

희도라는 이름의 어린 아기

첫눈 같은 설렘과 기쁨으로

하얀 친구님의 아침을 여는

보송보송 뽀샤시한 백설아기

그 아기의 이름이 희도랍니다


하얀 꽃순이님의 어린 왕자 희도를

나는 백설아기 희도라 부르고 싶어요

첫눈 펑펑 백설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날

잘생긴 희도의 얼굴 사진을

처음으로 만났으니까요


희도야~ 하고 부를 때면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지는

부드러운 여운을 남기는

정감 있고 듬직한

참 좋은 이름이어서

백일 무렵 지금 가장 예쁠 때인

백설아기 희도의 이름을

내 것이 아닌데도

자꾸 부르게 됩니다


희도야~ 하고 부르면

히죽 헤 사랑스럽게  웃으며

덥석 고사리 손을 내밀 것 같은

첫눈 같은 백설아기 희도를

첫 마음으로 간직한

친구님의 벅찬 기쁨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집니다


친구님의 창가에 소복이 쌓인

새하얀 첫눈의 설렘과 기쁨으로

백설아기 희도의 나날들이

밝고 환하고 눈부시기를

희망차고 도도한

솔향기처럼 푸르기를~


나 선물이야~

희도라는 이름의 선물 상자 위로

아낌없이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처럼

백설아기 희도의 아장걸음마다

신나고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들이

부챗살처럼 촤라락 펼쳐지기를~


첫눈 펑펑 내리는 날

사진으로 처음 만난

백설아기 희도가

희망차게 도전하며 내딛는

걸음마다 은총 가득하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