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시간 900 주고받음에 대하여
고마움의 그림자
아침 햇살처럼 아낌없이
눈부신 마음을 내어주고
저녁놀처럼 아련한
마음을 건네받습니다
나에게 귀한 것
그대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을
손 내밀어 서로 주고 또 받듯이
미련이나 아쉬움 남기지 않고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옵니다
세월이 스치듯 오고 가면서
서로 주고받음에 대하여
가만 생각해 보면
그건 다름 아닌 사랑이고
고마움의 그림자입니다
눈부심으로 다가서고
아련함으로 받아 드는
진심 고마움의
잔잔한 일렁임입니다
고단한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가 기다리는
적막한 이 무렵은
설렘보다는 후회가 깊은
고요한 저녁놀의 시간입니다
저녁놀처럼 고운 빛 한 줄기도
서쪽하늘처럼 빛나는 옷감 한 자락도
그 어느 것 하나 온전히
가지지 못한 나는 늘 빈 손이라
그대에게 건넬 만한 마땅한 게 없어
주춤거리며 서성입니다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도 달도 다 따다 줄 수 있다는
허세를 부리기에도 어설프고
꽃보다 예쁜 그대~라고
너스레를 떨기에도 민망하여
머뭇머뭇 망설입니다
떠오르는 아침의 눈부심을
나란히 함께 했으니
묵묵히 저무는 서쪽하늘도
사이좋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저녁놀이 발그레
그대 눈동자에 스치듯
내 마음도 그대 마음 안에
귀하게 담기기를 바라며
두 손 공손히 모으고
깊은 인사로 마음을 건넵니다
고마웠어요
함께여서 행복했고
함께라서 더 고마웠고
함께일 테니 고마울 거고
더 많이 행복할 거예요
우리 이만큼의 거리에서
딱 이만큼만 아끼며 사랑하고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욕심 없이 행복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