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3 그리움이 쉬는 의자

그리움을 배우다

by eunring

빈 의자는 그리움이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서성이는 그리움은

더 마음을 지치게 한다고요


빈 의자는 그리움이라서

텅 비어 있을 땐

기약 없는 그리움이다가

누군가 앉으면 기다림이 되는 거야~


그래서 눈길 닿는 어디든

곳곳에 빈 의자들이 있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요

지친 다리 잠시 쉬어가며

그리운 마음 다독다독

찬찬히 기다리며 간직하는

그리움이 쉬는 의자인 거래요


아빠의 의자가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간절한 그리움의 의자라는 걸

영영이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그리움에 눈이 멀도록

아빠가 기다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잊은 걸까요

영영이까지도 잊은 걸까요


엄마는 다 큰 어른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법을 잊었을까요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고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걸까요


앵두나무 옆 피아노 의자가

며칠째 텅 비어 있어서

영영이는 비로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빗방울 톡톡 마음에 떨어지는

아련하고도 아득한 느낌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아빠 아빠

감기도 아닌데 열이 나요~

영영이의 말에 아빠가

영영이의 이마를 짚어보시더니

괜찮은데 열은 없는데~


그런데요 아빠

마음에 열이 있는 것 같아요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따끔거려요


우리 영영이가~

아빠가 영영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렇게 따끔거리고

매운 듯 시큰거리기도 하면서

우리 영영이가 조금씩

자라는 거야~


영롱 할머니도 잊은 걸까요

곧 보자고 하더니

돌아오는 법을 잊은 걸까요

영영이에게도 그리움의 그늘이

연한 푸른빛으로 드리워집니다


부릉 영영~ 부릉부릉 영영~

부릉부릉 부르릉 영영~

영영이를 부르는

힘찬 오토바이 소리에

영영이는 배시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메신저 명후니 오빠의 등장을

반갑게 알리는 소리니까요


영영이 핑디에게 온 거구나~

소포꾸러미를 내밀며

명후니 오빠가 훈훈 웃음을 건넵니다

핑디에게~ 라면

묻지 않아도 알아요

영롱 할머니가 보내신 거죠


영영이는 좋겠다

소포상자가 웃고 있는 걸 보니

즐거운 선물 소포인 게 분명해~

어떻게 아느냐 묻자

소포상자에도 표정이 있거든

즐거운 표정인지 무표정인지

구슬픈 표정인지 다 눈에 보이거든


그런데~

명후니 오빠가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리듯이 덧붙입니다

병원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구나~


순간 영영이의 귀가

쫑긋 열립니다

병원우체국이라면 혹시나

영롱 할머니가 아프신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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