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배우다
빈 의자는 그리움이라고
아빠가 말했어요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서성이는 그리움은
더 마음을 지치게 한다고요
빈 의자는 그리움이라서
텅 비어 있을 땐
기약 없는 그리움이다가
누군가 앉으면 기다림이 되는 거야~
그래서 눈길 닿는 어디든
곳곳에 빈 의자들이 있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어요
지친 다리 잠시 쉬어가며
그리운 마음 다독다독
찬찬히 기다리며 간직하는
그리움이 쉬는 의자인 거래요
아빠의 의자가
엄마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간절한 그리움의 의자라는 걸
영영이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어요
그리움에 눈이 멀도록
아빠가 기다리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잊은 걸까요
영영이까지도 잊은 걸까요
엄마는 다 큰 어른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법을 잊었을까요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잃고
낯선 곳을 헤매고 있는 걸까요
앵두나무 옆 피아노 의자가
며칠째 텅 비어 있어서
영영이는 비로소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빗방울 톡톡 마음에 떨어지는
아련하고도 아득한 느낌을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아빠 아빠
감기도 아닌데 열이 나요~
영영이의 말에 아빠가
영영이의 이마를 짚어보시더니
괜찮은데 열은 없는데~
그런데요 아빠
마음에 열이 있는 것 같아요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따끔거려요
우리 영영이가~
아빠가 영영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십니다
그렇게 따끔거리고
매운 듯 시큰거리기도 하면서
우리 영영이가 조금씩
자라는 거야~
영롱 할머니도 잊은 걸까요
곧 보자고 하더니
돌아오는 법을 잊은 걸까요
영영이에게도 그리움의 그늘이
연한 푸른빛으로 드리워집니다
부릉 영영~ 부릉부릉 영영~
부릉부릉 부르릉 영영~
영영이를 부르는
힘찬 오토바이 소리에
영영이는 배시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메신저 명후니 오빠의 등장을
반갑게 알리는 소리니까요
영영이 핑디에게 온 거구나~
소포꾸러미를 내밀며
명후니 오빠가 훈훈 웃음을 건넵니다
핑디에게~ 라면
묻지 않아도 알아요
영롱 할머니가 보내신 거죠
영영이는 좋겠다
소포상자가 웃고 있는 걸 보니
즐거운 선물 소포인 게 분명해~
어떻게 아느냐 묻자
소포상자에도 표정이 있거든
즐거운 표정인지 무표정인지
구슬픈 표정인지 다 눈에 보이거든
그런데~
명후니 오빠가 말끝을 흐리며
중얼거리듯이 덧붙입니다
병원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구나~
순간 영영이의 귀가
쫑긋 열립니다
병원우체국이라면 혹시나
영롱 할머니가 아프신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