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판타지 032 보고 싶은 얼굴

비어있다는 것

by eunring

금사빠 영영이에게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궁금하고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휑하고

마음의 빈자리만큼 딱 그만큼

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요


영영이는 보고 싶은 얼굴을 만나러

식탁 위에 놓여 있는 최애 간식

깨방정 과자 한 봉지를 들고 조르르

강가햇살공원으로 달려갔으나

앵두나무 곁 피아노는

따가운 햇살 아래 졸음에 겨운 듯

나른하고 적막한 침묵 중입니다


보고픈 얼굴이 앉아 있어야 할

피아노 의자는 텅 비어 있고

빗방울 톡톡 떨어지듯이

영롱하게 울려 퍼지던

피아노 소리도 나지 않아요


영영이는 피아노 의자에 앉아

도미솔 도미솔~ 딩동거리며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립니다


다시 보자고 했잖아요

반갑게 또 만나자고 했잖아요

바람 타고 날아간 엄마 대신

동화책을 읽어준다고 했잖아요

돋보기를 챙겨 와서

재미나게 동화를 읽어주고

나중에 피아노 치는 법도

가르쳐주기로 했잖아요


오직 영영이 핑디만의

영롱 할머니가 되어준다고

다정히 약속했잖아요

지금 내 곁에 없는 엄마 대신

두 팔 활짝 펴고 향기로운 품 안 가득

영영이 핑디를 안아주기로 했잖아요


도미솔 도미솔~

혼잣말하듯 딩동거리다가

영영이가 발견한 것은

피아노 옆 앵두나무 가지 사이에

꽂혀 있는 종이비행기인데요


영영이 핑디에게~

영영이의 이름이 적혀 있어요

종이비행기를 펼치자

영롱 할머니의 글씨가 가지런합니다


미안 영영이 핑디~

영롱 할미가 약속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이 할미의 사랑스러운 핑크레이디

영영이 핑디가 설렘으로 왔다가

빈 걸음으로 돌아서게 해서

아주 많이 미안하다


이 할미가 안 보이고

피아노 의자가 비어 있다고

눈 내리깔고 쓸쓸해하거나

너무 슬퍼하지 마


쓸쓸함은 훌훌 털어버리고

슬픔은 곱게 접어

지나가는 바람에게

살짝 얹어 보내

쓸쓸함은 쌓아 두지 말고

슬픔은 오래 품지 않는 거야


핑크레이디 핑디가

눈물이 핑 핑디가 되면 안 된다

활짝 웃으며 약속해

영영이 핑디와 영롱 할미

우리 자리에서

곧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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