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98 그녀의 풍경
그녀의 드립 풍경
그녀는 드립쟁이다
그리움의 향기를 맡듯이
원두의 향기에 취하고
그리움을 갈아 내리듯
커피콩을 핸드밀로 갈아내는
그녀의 아침 풍경을 상상해본다
그녀 스스로 소소한 사치라는
그 순간이 수행자의 모습처럼
그윽하고 향기롭다
언제였던가
그녀와 맷돌 커피를 마시러 갔었다
그녀가 맷돌에 커피콩을 가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맷돌을 천천히 돌리며
커피콩을 갈아
드립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녀는 막 드립이라고 하지만
세상 그렇게 정성 어린
막 드립 커피는 처음이었다
무명의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향기로운 행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잠시 놀이 삼아 커피를 배워보기도 했고
집안에 몇 가지 도구들도 있지만
게으른 나에게 맛있는 커피는
남이 내려준 커피
아니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전문점 테이크아웃 커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한정 원두가 나오면 기웃거린다
수행하듯이 막 드립을 즐기는
그녀에게 그리움 한 봉지를
건네고 싶어서이다
원두는 갈지 않는다
그녀에게 그윽하고 향기로운
그리움의 시간을 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