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166 건강에 대한 예의

으쌰으쌰 운동합시다

by eunring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생각을 움직이는 게 좋았다

오도카니 앉아서 잔머리 굴리며

이런저런 생각에 혼자 웃기도 하고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면서

혼자 노는 게 재미났다


웃기는 꼬맹이였다

한여름 소낙비 쏟아질 때

어른들은 모두 낮잠에 빠져

빗소리만 가득한 고즈넉한 집안에서

꼬맹이는 혼자 마루에 걸터앉아

다리를 대롱거리며 빗줄기와 놀았다

두 다리를 쭉 펴면

처마 밑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종아리를 타고 흐르는 것이 상쾌했다

두 다리를 접으면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린 빗방울이

발끝으로 흘러내리며 간질거렸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놀이고 운동이었는데

나는 늘 운동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학생 시절 미술시간은 좋았으나

체육시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주번이 되어 운동장에 안 나가고

교실 지키러 남는 시간은

계 탄 날이었다


혼자 교실에 남아 책을 읽거나

하늘에 떠가는 구름 보며 노는 것이 좋았다

그러니 비실비실 부실할 수밖에

어릴 적부터 뛰어놀기보다는

혼자 꼼지락거리는 걸 좋아했으니

부실 체력이 될 수밖에


무엇이든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소중함을 안다

건강을 잃고

건강의 소중함을 배웠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자유로운 생각놀이도 가능해진다


지금은 부지런히 운동을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건강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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