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9 사소한 것이 즐겁다

들국화 뷰티살롱

by eunring

나는 아무래도 소인국 사람인가 보다

소확행별 소인국 들국화마을

소심동네 사람인 게 분명하다

작은 것이 즐겁고 귀하고

작을수록 재밌고 흥미롭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하루 한 잔을 넘지 않으며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커피잔에 비치는 동그란 불빛이

천진난만 귀엽게 웃는 모습 같아서

물끄러미 들여다보며 한참을 재미나게 논다


꽃도 크고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듯

소란하게 웃어대는 꽃들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잔잔히 어울리며

재잘재잘 소곤소곤 속닥속닥

벌개미취 같은 자그마한 들꽃들이 좋다


애써 드러내거나 내세우지 않아도

연보랏빛 조그만 꽃 이파리들이

바람에 맞서지 않고 바람결 따라 하늘하늘

사이좋게 손 잡고 가녀린 어깨 기대며

한가로이 노니는 모습이 소소하지만

평온하고 정겨우며 사랑스럽지 않은가


사랑 친구님이 수목원 묵주 산책길에 만난

보라보라 연보라 벌개미취 꽃들의

소소하고 아지자기한 뷰티살롱에

초대받은 기분 좋은 아침

커피 향에서 들꽃 향내가 날 것만 같다


늦여름에 피어나 가을을 손짓해 부른다는

여름국화 벌개미취는 이름이 재미나다

벌은 잉잉대는 벌이 아니라 들판이고

개미는 하나하나 꽃 이파리들이

개미를 닮아서이고

취는 어린잎을 나물로 먹었기 때문이라니

이름을 소리 내 부르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난다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지만

들국화라는 꽃 이름은 없다고 한다

들판에 피는 야생 국화들을 통틀어

들국화라 부르는데 쑥부쟁이와 닮아서

고려 쑥부쟁이라고도 부르고

너를 잊지 않으리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며칠 전 냉장고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살짝 부딪쳤는데

생각보다 제법 아팠다

크게 아프던 것에 비하면

아프다고 말할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서 며칠 고생했다

지금도 여전히 아파서 모든 신경이

날카롭게 살아나 잉잉대는 듯하다


존재란 그런 것이다

크든 작든 묵직한 것이다

세상에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 것이 되면 새삼 무거워진다


향기로운 장미 한 송이와

조그마한 들꽃 한 송이의 묵직함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사랑 친구님의 수목원에 가득 피어난

벌개미취 꽃을 보며 생각한다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새끼발가락을 보며 거듭 생각한다


너를 잊지 않으리

깃털 같은 가벼움에도 어김없이 스미는

존재의 무거움을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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