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368 볼 빨간 청춘

세월은 저 혼자 갑니다

by eunring

친구랑 콘서트를 봅니다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각자의 집에서

방구석 1열 무료 관람입니다


삶의 방향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친구가 말합니다

나는 엄마랑 시간 보내기 위해

큰 글씨로 시원하게 자막이 서비스되는

트롯의 시간을 즐기지만

성지 순례와 오지 여행을 즐기던

내 친구가 트롯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납니다


소란하고 복잡한 이 시기를
단순하게 살자고 친구가 그럽니다
고려 사람들이 속요를 부르며
힘든 시대를 넘어간 것처럼 살자고요
그들이 노래에 시름을 지우며 살았듯이

우리도 즐겁게 살아가자는 친구의 말에

고개 끄덕이며 맞장구를 칩니다


코로나가 바꾼 일상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을 수도 없고

내 맘대로 누리기는 더욱 어렵지만

비록 좁다란 우물 안에서라도 즐겨봐야죠

좁아터진 우물 안 개구리 신세라도

개굴개굴거려는 봐야죠


친구의 말이 옳습니다

고려 시대 평민들이 속요를 부르며

고단하고 힘든 삶을 스스로 위로했듯이

우리도 국민가요를 부르며

코로나 시대의 고달픔을 위로합니다


고려시대 평민들이 짓고 불렀던

고려 가요는 대부분 작자 미상입니다

평민들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 시절에는 우리 글자가 없었기 때문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느라

누가 지은 노래인지 알 수도 없었을 겁니다


고려 가요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이별의 안타까움 등을 노래하며

평민들의 소박한 삶과 정서를

자유분방하고 솔직하게 표현했는데요


고려 가요 중에

'가시리'라는 노래가 있어요


가시렵니까 가시렵니까

나를 버리고 가시렵니까

나더러는 어찌 살라하고

버리고 가시렵니까

붙잡아 두고 싶지만

서운하면 오지 않을까 두려워

서러운 임 보내드리오니

가시는 듯 다시 오소서


그 시절 국민가요 맞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손끝에 잡힐 듯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임을 보내는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으로 이어지고

'사랑은 눈물의 씨앗'으로 이어져 온 거죠


친구가 콘서트 재밌다고 톡을 보내와서

나도 재밌다고 즉답을 보냅니다

볼 빨간 사춘기 소녀들처럼

반짝이는 야광봉 들고 친구랑

국민가요 콘서트에 갈 날을 기대해 봅니다


멜라니 사프카의 슬픈 노래를 들으며

청춘의 날들을 함께 한 친구와

곱게 익어가는 나이에 사이좋게 손 잡고

국민가요 콘서트에 가는 것도

괜찮은 성장이고 성숙 아닐까요?!


세월이 흘러도

흐르는 건 바람일 뿐

세월은 저만치 저 혼자 달아나고

고장난 시간 속에서 친구와 나는

여전히 볼 빨간 청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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