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15 고백합니다
핑크뮬리 나들이
핑크뮬리인 줄 알았습니다
분홍 억새라고도 부르는
핑크뮬리의 계절이라
아련한 분홍빛 물결을 보고
핑크뮬리의 꽃말이 생각났어요
그런데 아니랍니다
핑크뮬리가 아니고 함초랍니다
마디가 굵고 통통해서
퉁퉁마디라고 부르는 함초는
소금기를 머금으며 자라기 때문에
짠맛 나는 풀이라죠
바닷가에서 자라는 퉁퉁마디는
짭조름한 녹색 풀이다가
가을이 오면 붉게 변한답니다
핑크뮬리도 연초록으로 나풀대다가
가을이 오면 분홍빛 억새풀이 되어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마디가 통통한 퉁퉁마디 함초보다
여리고 연약해서 소녀스럽죠
고백이라는 꽃말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핑크뮬리가 보고 싶은 마음에
퉁퉁마디를 핑크뮬리인 듯 바라보는데
때마침 친구님의 전화를 받았어요
수선화를 좋아해서 애칭이 수선화인
친구님의 목소리가 통통 튑니다
톡 문자 안부보다는 그래도
목소리 안부가 나을 것 같아 전화했다며
이런저런 안부 끝에 친구님이 묻습니다
'그래도 우리 만날 수 있겠죠?'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당연한 말씀이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만나자고
웃으며 목소리로 약속하고
전화 안부를 마무리했죠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제멋대로 튀어
제맘대로 달아나는 인생이
퉁퉁마디 함초처럼 짭조름한 맛이라 해도
그래도 고백합니다
아주 가끔씩은 분홍분홍
핑크뮬리처럼 로맨틱한 순간이 있고
짭조름한 맛을 잠재울 수 있는
달콤함이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고
인생에 콩깍지 씌어 고백합니다
핑크뮬리 나들이가 쉽지 않은 시절이지만
분홍빛으로 달콤하고 아련하게
일렁이는 기억만으로도 충분하고
가을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곱디고운 핑크뮬리 같은 인생이라고
수줍게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