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16 커피와 수국

일상의 만남

by eunring

커피와 수국이

무슨 상관이냐 물으면

딱히 할 말은 없어요


아침마다 햇살 안고

커피 한 잔 사러 오가는 길에

눈 맞추며 인사 나누는

한 송이 수국일 뿐이니까요


어린 왕자에게 어린 왕자만의

소중한 장미 한 송이가 있듯이

나에게는 이미 철 지난

빛바랜 수국 한 송이가 있을 뿐이죠


다른 수국들은 벌써 지고 없는데

청아한 파랑에서 우아한 보랏빛으로

깊숙한 진보라에서 편안한 카키색으로

제멋대로 얼굴빛 바꿔가며

아침 인사 건네더니 이제는

사랑스러운 빨강으로 변심 중입니다


수국이 비를 좋아하는 꽃이고

비가 오면 유난히 커피가 당기긴 하죠

소리 없이 비를 부르는 수국과

커피를 부르는 빗방울이 있으니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순 없네요


커피와 수국이 함께

비를 좋아하고 빗방울 톡톡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이니까

어찌 보면 삼각관계인 셈인데요

그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애초부터 없음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혀둡니다


아침마다 커피 한 잔

아침마다 수국과 눈인사

그 나름 사랑스럽고 운치 있는

일상의 만남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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