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45 바람이 지나는 길목

계절이 지나는 인생의 길목

by eunring

아침마다 산책삼아

커피 한 잔 사러 가는 길이

바람의 길입니다


바람이 우수수 지나는 길목을 지나다 보면

계절이 스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을빛이 머무르는 초록잎새 끝에

철부지 늦둥이 연둣빛이 솟아오르고

서둘러 화장을 끝낸 빨강 잎도 보입니다


철부지 연두잎은 무얼 하다

늦둥이가 되었을까요

철 모른다는 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언짢지는 않았을까요


가을 화장을 성급하게 마친 빨강 잎은

왜 그렇게 서둘러 사랑에 빠졌을까요

조급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을까요


철이 든다는 것이

계절을 제대로 맞이한다는 거라면

너무 빠른 것도 어설프고

너무 느려서도 곤란하겠죠


사랑도 그럴 거예요

사랑도 계절과 같은 것이라

너무 성급해도 어설프고

너무 늦어도 곤란할 테죠


바람이 지나는 길목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늦게 피어난 연두잎과

시간을 앞당긴 빨강 잎이 건네는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늦어진 것도 이유가 있고

조급함에도 사연이 있는 거라고

바람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옳으신 말씀이라고

햇살이 눈 시리게 반짝이며

빨강 잎 위에 내려앉습니다


나는

바람처럼 스쳐가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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