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26 가을의 기도
들꽃을 켜고
가을에는
애써 무릎을 꿇지 않아도
하늘이 성큼 높아져
기도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가을에는
일부러 촛불을 밝히지 않아도
이름 없이 피어나는 들꽃들이
기도 초가 되어 마음을 밝혀줍니다
가을에는
눈부신 가을 햇살 듬뿍 쏟아져
등 뒤에 그분이 계심을
따사로운 입김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살랑이는 바람결 따라
고요히 나풀대는 단풍잎으로
그분의 사랑이 곱게 물들어갑니다
가을에는
일렁이는 달빛으로 다가와
창문을 두드리는 적막한 그림자로
그분의 은총이 깊어집니다
은총의 깊이만큼
영혼이 깊숙해지는 가을날에는
창문 틈 사이 스며드는 쌀쌀함으로
더욱 다정하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은총의 별빛
총총 빛나는 가을밤에는
영혼의 빈자리 잔잔히 채우는
기도의 손길이 있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