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74 가을에 머무르다
커피야 소풍 가자
그냥 제목이 좋아서
제목만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책이 있고
왠지 브랜드에 마음이 끌려서
하나쯤 갖고 싶은 소품이 있고
막연히 느낌이 통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그냥 이름이 좋아서
한 잔 마시는 커피가 있습니다
이름이나 제목이나
겉모습을 따지는 건 분명
알맹이나 진심과 진정성에 대한
예의와 품격에 어긋나지만
맛과는 별개로 마음이 가서
마시게 되는 커피가 있습니다
햇살 눈부신 금빛 가을이고
기분 좋게 어깨를 스치는 바람 따라
어디든 정처 없이 떠돌고 싶고
마음 제멋대로 술렁대는 가을이니까요
봄소풍도 여름소풍도 가지 못하고
집콕에 방구석 1열로 지내다 보니
가을 소풍이 그립습니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날들이
곁에 머무를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테니
구름 닮은 떠돌이 여행자는 못 되더라도
가을 소풍 기분은 한번 내 봐야죠
코로나로 문을 열다 닫다를 반복하는
학교생활이라 소풍은 꿈도 못 꾸고
매일 등교도 쉽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홀로 소풍이라도 온 듯
가을볕 따사로운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달래 봅니다
커피 이름이 소풍이니
그냥 이름이 좋아서요
가을 소풍 커피 한 잔 마시며
가을볕 끌어안고 서성이다가
잠시 가을 곁에 머무르고 싶습니다
가을은
햇살 따사롭고 바람 선선한
차분하고 적막한 분위기만으로도
계절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카페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