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557 가을에 물들다
자매들의 뷰티살롱 20
화장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민낯의 해맑은 시간 속으로
황금빛 가을이 스며듭니다
세수하고 스킨과 로션 바르면
그것으로 충분한 마스크의 시간 속에서
보송보송 가을볕이 저 혼자 눈부십니다
립스틱의 유효기간을
자꾸만 챙겨보게 됩니다
마스크 생활중이라
립스틱 바를 일이 거의 없고
평소에도 립밤으로 충분하거든요
화장이나 꾸미는 일에
별 관심 없는 나를 엄마는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시는데요
그럴 때마다 나는 들꽃이라고 우기죠
가을날 들꽃들은 화장을 하지 않아도
가을 들판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구절초 하양 꽃들이 꾸밈도 없이
고즈넉하게 나부끼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그런데요 구절초는
처음부터 흰 꽃이 아니랍니다
알고 보니 꾸안꾸였어요
꾸민 듯 안 꾸민 듯 아름다운 구절초는
산기슭 풀밭에 피어나 자유로이 나풀나풀~
맨처음 피어날 때는 자줏빛이다가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 나비를 부를 때는
화사한 분홍으로 곱게 화장을 하고
벌 나비를 만나 수정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순백의 꽃으로 변한다고 해요
깔끔쟁이 새하얀 구절초는
엄마가 되었으니 더는
벌 나비의 사랑이 아쉽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는 거죠
순수라는 꽃말도 있지만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꽃말이
더 잘 어울리는 구절초 새하얀 꽃을 보며
가을볕보다 더 다정하고 따사로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사랑에
포근히 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