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30 가을은 선물이야
우정의 선물이야
가을은 선물이야
새파란 하늘도 선물이고
살랑대는 단풍잎도 선물이고
바람에 밀려드는 향기도 선물이야
가을바람을 타고 나를 만나러 와 준
친구의 그림자가 최고의 선물이야
바람에 나풀대는 물억새
보드레한 은백색 한 줌으로 건네는
가을은 우정의 선물이야
시간에 빛바랜 나뭇잎 사이사이로
알알이 가을 열매 선홍빛으로 물들어
보석인 듯 눈부시게 빛나다가
마음에 스며들어 기억으로 맺히는
가을은 기분 좋은 선물이야
너와 나의 그림자 나란히
나무 그림자 곁에 젖어드는
가을은 우정의 선물이야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최고의 선물이야
아련한 핑크뮬리 대신
퍼플뮬리가 바람에 하늘하늘
어린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스무 살의 눈부심으로 나부끼고
고개 숙인 마로니에 잎사귀들이
푸르른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스무 살의 무모함으로 뚝뚝 떨어지는
가을은 선물이야
때 지난 장미정원에
철 지난 장미꽃들이 유난히 고운 가을날
바람의 날개를 타고 만나러 와준
친구야 너와 함께 나란히 앉아
금빛 가을 뜨락에 나란히 내려놓은
너와 내 마음의 적막함과
너와 내 그림자의 평온함이
가을이라는 이름의 선물이었어
예쁜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스무 살의 기억처럼 눈 시리게 곱고
풋내기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스무 살의 날들처럼 아련하게 빛나는
별무리처럼 고마운 선물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