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00 방랑자의 커피
랭보가 사랑한 커피 하라
아르튀르 랭보를 아시나요?
열여덟 살 어린 나이에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쓴
프랑스 천재 시인입니다
'나의 방랑 생활'이라는 시처럼
그는 길지 않은 인생의 방랑자였죠
'난 쏘다녔지
터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짤막한 외투는 관념적이게 되었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랭보는
거침없는 유랑의 삶을 살았고
시인의 왕이라 불리던 폴 베를렌과의
파격적인 우정으로도 유명합니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리즈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시인 랭보를 매력적으로 연기했었죠
랭보는 베를렌에게 이별을 고하고
스무 살 푸른 나이에
시를 쓰는 일과도 작별을 한 후
방랑자가 되어 여기저기 떠돌다가
커피를 파는 무역상이 되었답니다
베를렌이 랭보에게 붙여준 별명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다운
방랑이고 탐험입니다
직접 커피를 재배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쓰는 편지에
하라 커피 이야기를 덧붙일 정도로
커피를 사랑한 랭보는
에티오피아 하라에서 십 년을 살았답니다
시인과 무역상은 어울리지 않으나
시와 커피는 제법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커피 무역상 랭보는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해요
사업은 실패의 연속으로 가난을 면치 못해
늘 불평을 달고 살았지만
병을 얻어 프랑스로 돌아간 후에도
여전히 하라를 잊지 못했답니다
서른일곱 젊은 나이에 죽기 전날까지도
에티오피아로 가는 배편을 알아볼 정도로
하라를 그리워했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라는 나라 이름이
'태양에 그을린 얼굴'이라는 의미라는데
랭보는 '감각'이라는 시에서처럼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보헤미안처럼
계집애 데려가듯 행복하게 자연 속으로'
그렇게 자연 속에서 태양에 그을린 얼굴로
살아가고 싶었던 걸까요
랭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하라
한때 그가 머물러 살았던 건물에
그의 사진과 책들을 전시한
랭보 박물관이 있다니 다행입니다
에티오피아를 거쳐 간 이방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랭보의 흔적이
그렇게라도 남아 있으니
별이 된 시인 랭보에게도
조금은 위로가 되겠죠
에티오피아의 하라(Harrar)를
'모카 하라'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유럽으로 수출되던 아프리카 커피들이
예맨 모카항에서 수출되었기 때문에
모카 하라 / 모카 마타리 / 모카 예가체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거친 듯 씁쓸하면서도 부드럽고
과일의 단맛과 신맛이 오묘한 하라 커피는
에티오피아의 축복으로 불리고
상큼한 꽃향기가 깊고 풍부하다죠
랭보의 시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커피 한 잔과 함께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에티오피아 하라로 날아갈 수 있는
바람구두 하나 갖고 싶어질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