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77 시링크스를 아시나요

갈대인 듯 억새인 듯

by eunring

시링크스를 아시나요?

아르카디아산에 사는

그리스 신화 속 님프랍니다

순결을 상징하는 처녀신

아르테미스를 본받은 님프인데요


목신 판에 쫓기던 님프 시링크스가

정절을 지키기 위해 라돈강까지 달아나다가

강물이 막혀 도망가지 못하고

판에게 붙잡히려는 순간

강의 님프들에게 부탁하여

갈대로 변했답니다


갈대가 바람에 어우러지며 내는 소리에

판이 갈대 줄기로 피리를 만들어

시링크스를 그리워하며 불었대요

갈대 피리가 팬파이프의 유래가 되어

팬파이프를 그리스에서는

시링크스라고 부르고

갈대가 음악의 상징이 되었다죠


판은 아르카디아에 살며

가축 떼와 벌통을 지키는 신인데

뿔과 수염과 꼬리와 염소 다리로 태어나

어머니도 놀라 도망갈 정도였고

공포를 뜻하는 패닉이라는 말이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니

시링크스가 달아날 법도 합니다


갈대는 바람에 하염없이 나부끼는데

꽃말은 믿음과 지혜랍니다

바람이 아무리 흔들어도

변하지 않는 믿음과

미더운 지혜를 가졌다는 걸까요?


한때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지 못했는데

산에는 억새 물가에는 갈대라고

친구가 분명하게 알려주어서

더는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물가에는

산에서 내려와 사는 물억새도 있고

갈대와 비슷한 달뿌리풀도 있어요


갈대보다 조금 먼저 피는 억새는

새하얀 꽃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다가

햇빛을 받으면 은빛으로 눈부시고

줄기가 꽉 차 있어 단단한 편이랍니다

게다가 고개를 숙이지 않는대요


갈대는 보랏빛이 스며든 갈색으로 풍성한데

굵은 줄기가 텅 비어 바람에 잘 휘어지고

수수 이삭처럼 고개를 숙인다죠


길게 땅 위로 기어가는 줄기가 특징인

달뿌리풀은 자줏빛 꽃이삭이

갈대처럼 고개를 수그리는데

갈대보다 날씬하답니다


이름이 무엇이든 어디서 피어니든

햇살 안고 눈부시게 피어나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을 노래하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갈꽃 합창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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