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697 엄마랑 부르는 노래

사랑을 노래하다

by eunring

울 엄마도 트롯을 좋아하십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노래들을

A4 용지에 크고 반듯하게 써 드리면

글씨가 큼직해서 좋다며 읽으십니다

그 노래들 중에는 '안동역에서'도 있어요


읽지 말고 노래로 부르시라고 하면

피식 웃으시며 노래 못 한다고 하시죠

그러다가 작고 여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시는데

엄마 말씀처럼 노래 솜씨가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으십니다

엄마가 주제 파악은 좀 하시거든요


'안동역에서'라는 노래가

왜 좋으시냐 여쭈면 그냥 웃으시고

비 오는 날도 있고 바람 부는 날도 있는데

왜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고 했을까 여쭈면

첫눈이 희고 깨끗해서겠지~라고 대답하십니다


만나자고 했는데

왜 만나지 못했을까 여쭈면

글쎄~라고 고개를 갸웃거리시고

약속한 사람이 안 온 것일까 못 온 것일까

여쭈어 보면 당연히 못 온 거라고 대답하시죠


안동역에 가보셨냐 여쭈면

안 가봤다고 하시며

안동역이 좋은가 보다고 덧붙이십니다

안 가보셨는데 어찌 아시느냐 여쭈면

좋으니까 노래에 나오는 거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하시죠


이제 곧 첫눈이 내리고

첫눈이 내리는 날

어디 어디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멈춤의 시간 속에서 첫눈 만남도

랜선으로 바꾸어야 할까요?


새하얀 첫눈이

온 세상을 포근히 다독이며 내릴 때

안동역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은 없을지라도

첫눈 만남의 아쉬움을

엄마와 노래하며 달래야겠어요


첫눈이 내리던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상상 속 약속이지만 그 사람은

안 온 것이 아니라 못 온 거라 생각하면

그나마 아쉬움이 덜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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