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다 753 철학자의 커피 한 잔

키르케고르와 커피

by eunring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각설탕을 30개씩이나 산처럼 쌓고는

원두커피를 부어 마셨다고 해요

그랬었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지

각설당 3개도 아니고 13개도 아니고

무려 30개라니 앙~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어떤 등급의 커피라도 상관없다

나는 커피를 찬양한다'라고 말하며

커피를 마실 때는

50개나 되는 커피잔 중에서

비서에게 커피잔을 고르게 하고는

뜬금없이 그 이유를 묻기도 했답니다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니

철학자다운 질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택이란 그 무엇이라도

설레고 또한 엄중한 것이며

그가 쓴 책 중에는

'이것이냐 저것이냐'도 있거든요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유복한 집안의 일곱째로 태어났으나

어렸을 때 어머니와 다섯 오누이를 잃는

비극을 겪었답니다


아버지의 절망과 우울이

어린 그에게도 그림자처럼 물들었겠죠

이론보다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내가 무엇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중요하고

삶 속에서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주관이 중요하다'라고 했답니다


'나 자신이야말로 모든 빛이 모여들고

또 모든 빛이 퍼져 나가는 중심이며

모두가 아는 진리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는지는

나의 고유한 결단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죠


'이것이냐 저것이냐'

'불안의 개념' '기독교 입문' 등의

책을 출간하느라 아버지의 유산을 다 써 버리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마흔두 살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 철학자에게도

커피 한 잔의 위로가 함께 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삶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각설탕의 단맛이 필요했던 것이었을까요?

평생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며

신 앞에 고독한 단독자로 살았다는 그가

불안과 절망에만 머무르지 않고

초월할 수 있는 빛을 얻는 순간에도

커피 한 잔이 함께 했으리라는

달콤한 상상을 해 봅니다


그래도 각설탕 30개가 무개념으로

한꺼번에 다 녹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30개를 쌓아 올린 각설탕 탑 위에

커피를 부었을 때

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설탕들이 고개 갸웃거리는 사이에

커피는 약간의 단맛과 함께

철학자의 다정한 위로 한 잔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웃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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