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길을 걷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하는 것이 경로와 일정이다. 어느 길로 얼마만큼 걸을지에 따라 준비해야 할 모든 것들이 수정되기 때문이다. 어느 길이라니! 길이 하나 아니야? 산티아고 순례길은 유럽의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천 년의 세월 동안 걸은 길이기에 하나가 아닌 여러 루트를 가지고 있고 새로운 길이 생기기도 또 소멸하기도 한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모든 길이 산티아고 길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대표적인 길은 프랑스 길(Camino Frances), 북쪽 길(Camino del Norte), 옛 길(Camino Primitivo), 영국 길(Camino Ingles), 피스테라-묵시아길(Camino de Fisterra–Muxia), 포르투갈 길(Camino Portugues), 포르투갈 해안 길(Camino Portuguse de la costa), 은의 길(Via de la Plata), 겨울 길(Camino De Invierno)이다.
Camino de Santiago
그중 역사가 깊고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택하는 길은 프랑스 길로, 순례자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순례자 중 절반이 넘는 55%가 프랑스 길을 걸었고, 20%가 포르투갈 길을 걸었다. 많은 순례자들이 걷는 길은 그만큼 편의 시설이 많고, 길 위 이정표도 잘 정비되어 있다는 뜻으로 처음 순례길을 걷는다면 프랑스 길을 선택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부담이 덜하다.
Informe estadistico Ano 2021 Oficina del Peregrino_Camino
길을 택했다면 며칠을 걸어야 할까? 프랑스 길은 생장 피에드포르(St Jean Pied de Port, 이하 생장)에서 시작된다.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에 달하며, 묵시아와 피스테라길까지 걷는다면 900Km로 대략 30~40일 정도가 소요되는 장거리다. 때문에 이 길을 한 번에 걷기도 하지만 구간을 나누어 몇 년에 걸쳐 걷기도 하고, 생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일정에 맞추어 프랑스 길 경로에 있는 주요 도시 중 하나에서 출발하거나 또는 중간중간 기차나 버스로 이동(Jump)을 하면서 도보 순례와 점프를 병행하기도 한다.
아래는 순례를 시작한 장소에 관한 통계다. 위의 자료에서 프랑스 길을 걸은 순례자는 55%였으나, 프랑스 길의 시작인 생장에서의 출발은 5%이고 사리아(Sarria) 출발이 36%다. 사리아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100Km 떨어진 곳으로, 순례증서인 콤포스텔라(Compostela)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도보 순례인 경우 마지막 100km, 자전거는 200km)가 된다. 건강의 이유로 장거리 도보가 어렵거나 혹은 생업이나 학업의 이유로 오랜 기간 체류가 어려운 경우 사리아에서 순례길을 시작하면 3~4일 걷기로 순례를 마치고, 출국과 귀국 비행시간을 합쳐 일주일이면 가능한 일정이 되므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춰 경로와 일정을 계획하면 된다.
Informe estadistico Ano 2021 Oficina del Peregrino_Procedenciasf
생장 순례자 사무실에서 배포하는 프랑스 길 프로필에는 34개로 나눈 구간의 고도와 거리가 적혀 있다. 생장에서부터 프랑스 길을 시작한다면 표와 같이 34일 일정이 큰 무리 없이 걷기에 좋지만, 체력에 따라 40일 50일 60일을 걸어도 괜찮다. 다른 이들이 20~30Km를 걷는다고 나도 그렇게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10Km씩 천천히 걸어도 된다. 이 길은 빨리 또 많이 걷기 레이스가 펼쳐지는 시합이 아니라 순례라는 영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정은 생장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29일과 피스테라까지 4일을 더한 총 33일의 도보 순례였다. 중간에 점프는 없었고, 모든 길이 뼈와 근육이 바스락거릴 만큼 힘들었지만 무언가 반짝이는 듯하기도 했다.
01일 27㎞ 생장 St Jean Pied de Port ~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02일 22㎞ 수비리 Zubiri
03일 20㎞ 빰쁠로나 Pamplona
04일 24㎞ 뿌엔떼 라 레이나 Puente la Reina
05일 22㎞ 에스떼야 Estella
06일 21㎞ 로스 아르꼬스 Los Arcos
07일 28㎞ 로그로뇨 Logroño
08일 31㎞ 나헤라 Nájera
09일 28㎞ 그라뇽 Grañón
10일 28㎞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 Villafranca Montes de Oca
11일 26㎞ 까르데뉴엘라 리오삐꼬 Cardeñuela Riopico
12일 13㎞ 부르고스 Burgos
13일 33㎞ 온따나스 Hontanas
14일 29㎞ 보아디야 델 까미노 Boadilla del Camino
15일 26㎞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Carrión de los Condes
16일 27㎞ 떼라디요스 데 로스 뗌쁠라리오스 Terradillos de los Templarios
17일 30㎞ 엘 부르고 라네로 El Burgo Ranero
18일 37㎞ 레온 Leon
19일 21㎞ 산 마르띤 델 까미노 San Martín del Camino
20일 28㎞ 아스또르가 Astorga
21일 30㎞ 폰세바돈 Foncebadón
22일 28㎞ 뽄페라다 Ponferrada
23일 31㎞ 뜨라바델로 Trabadelo
24일 30㎞ 오스삐딸 다 꼰데사 Hospital da Condesa
25일 27㎞ 사모스 Samos
26일 45㎞ 곤사르 Gonzar
27일 32㎞ 멜리데 Melide
28일 34㎞ 빼드로우소 O Pedrouzo
29일 20㎞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30일 21㎞ 네그레이라 Negreira
31일 34㎞ 올베이로아 Olveiroa
32일 30㎞ 묵시아 Muxia
33일 31㎞ 피스테라 Fisterra
도시와 시골, 공장지대와 옛 도성들, 우거진 숲과 평원, 계곡과 진흙 길, 비와 우박, 돌풍과 시린 눈, 낮의 더위와 밤의 추위, 배고픔과 갈증, 고통과 두려움, 배려와 돌봄, 고독과 환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길 위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껴안고 걷는 순례자들과 그 길을 터전으로 뿌리내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겪은 후에야 나를 만날 수 있다. 길 끝에서 나를 안아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