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쓸쓸함이 묻어나는 곳

by 은섬


포르투를 떠올리면 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노래가 있다. 'Falling Slowly_Once OST(Glen Hansard, Marketa Irglova)'. 포르투에 대한 나의 감상은 로맨틱과 쓸쓸함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이름이 항구라는 뜻이라 그런가? 이름 속에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녹아들어 있는 포르투는 석양이 아름답다. 건물마다 푸른 아줄레주(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 작품)에 붉은 노을이 스며들 때면 묘한 대비와 어울림이 공존한다.


아름다운 서점과 오래된 카페들도 처음부터 이 도시를 위해 만든 것처럼 이곳의 정취와 닮아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오래전 잊힌 듯 빛바랜 감성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아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꾸만 뒤돌아보게 는 곳. 그래서 이곳은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행위보다, 100년도 넘은 카페에 앉아 펜을 꺼내 들고 그리운 이에게 도란도란 깨알같이 엽서를 쓰는 것이 더 어울린다. 하루 종일 골목을 걷다 아무 카페나 들어가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잔이, 먼지처럼 내려앉은 나의 피로를 걷어낸다. 혼자여도, 혹은 둘이여도 좋을 곳. 혼자인 이에게는 고즈넉한 쓸쓸함으로, 함께인 이들에게는 로맨틱한 낭만으로 도시 자체가 방문자들에게 선물이다.


포르투 전경
렐루 서점
상 벤투 역 아줄레주_ 모든 이미지 포르투 시청 홈페이지



'Falling Slowly'가 무한 리핏 되어 귓가를 맴돈다. 위로인 듯, 상실감인 듯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멜로디와 뒤섞였다.


https://youtu.be/k8mtXwtapX4?list=OLAK5uy_niBsn6w9jOs1GYgK6h5IhHhFhAXmMI_mA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Words fall through me and always fool me
And I can't react

난 당신을 몰라요
그러기에 더욱더
당신을 원하죠
많은 말들이 날 바보로 만들어
난 대꾸할 수가 없어요

And games that never amount
To more than they're meant
Will play themselves out

서로를 속이는
의미 없는 게임은
우리를 지치게 할 뿐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We've still got time
Raise your hopeful voice you have a choice
You've made it now

가라앉는 이 배를 붙잡아 고향으로 가요
우린 아직 늦지 않았어요
희망의 목소리를 높여봐요 당신은 선택할 수 있죠
이젠 결정할 시간이에요

Falling slowly eyes that know me
And I can't go back
Moods that take me and erase me
And I'm painted black

날 보는 당신의 두 눈에 천천히 빠져들어요
난 돌아갈 수 없어요
날 사로잡고 지워버린
어두운 감정들에 절망했었죠

You have suffered enough
And warred with yourself
It's time that you won

당신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충분히 괴로웠어요
이제 당신이 이겨 낼 순간이에요

Falling slowly sing your melody
I'll sing along
I paid the cost too late
Now it's gone

천천히 당신의 노래를 부르면
내가 함께 할게요
너무 늦었나요
당신은 떠나고 없네요


도우로 강의 야경을 바라보며 내 지나온 날들과 앞으로 내가 살아 내야 할 날들을 생각해본다. 모든 것이 버겁고 힘들기만 나 자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아프면 그냥 아픈 대로 내버려 두자. 모든 것을 꼭 다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것은 아니야. 그렇게 이 악물고 버티다가는 몸도 정신도 곯아. 우리 모두는 나약한 존재인 걸. 부족하기만 한 나 자신을 용서하자. 힘에 부치면 힘들다고 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잊을 건 잊고, 세월에 묻을 건 또 그렇게 흘려보내자. 지금은 차마 놓지 못할 것만 같아 주먹을 꼭 쥐고 있더라도 언젠가 놓아버려야 할 순간이 올 거야. 그러면 아프더라도 놓아야 해. 가슴에 다 담고 살면, 그것들을 부둥켜안고 있느라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거야. 산다는 게 살아 내야 하는 것이지만, 그냥 살아지는 것이기도 해."


You have suffered enough

And warred with yourself

It's time that you won

오늘 하루 종일 가슴에 새기고 또 새긴 노랫말.

그래. 결국 삶을 살아 내겠지만, 때로는 살아지는 것이지.


나약함을 인정하고 나를 용서하려니 쓸쓸하다. 도우로 강에서의 긴 시간을 멜로디에 흘려보내고 상 벤투 역까지 걷는 길 위에서 한숨처럼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는다. "사랑하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에 기대어 온기를 나누고, 은은한 살내음이 위안이 되는... 수많은 여행길 위에서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곳은 포르투가 처음이다. 솔로만세 연애고자 애정콤플렉스 사랑트라우마인 내게 문득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깃든 건 포르투의 마법이다. 사랑하고 싶은 분들은 부디 포르투가 가지고 있는 마법의 힘을 믿어보시길.




포르투는 모든 곳을 느긋하게 걸어 다니면 된다. 곳곳에서 언덕을 마주하게 되지만 짧은 언덕들이라 힘들진 않다. 무릎이 좋지 않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예쁜 트램을 타는 것도 좋다. 에펠탑을 닮은 동 루이스 다리 위에서의 풍경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카페와 레스토랑들도 정겹다. 독특한 포트와인도 색다른 경험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캐주얼한 형식이라 와인을 잘 모르는 이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형식은 가볍지만 와인의 퀄리티만큼은 매우 높다). 저녁에는 파두 공연을 추천한다. 우리의 한과 같은 정서가 서려있는 파두 공연은 부디 포르투를 잊지 말라고 당신에게 속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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