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갑자기 가로등이 켜지며, 밤하늘에 가장 먼저 떠오른 별들이 흐릿해졌다. 그처럼 온갖 사람들과 빛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눈이 피로해졌다.
-알베르 카뮈, <이방인> 중
어릴 적 연주의 꿈은 선생님 혹은 작가였다. 하지만 두 직업 다 노력만으로 이루기엔 갈 길이 너무 멀었고, 특히 작가라는 직업은 고달프다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고 난 뒤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 울던 소녀는 이제 웬만한 일에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서럽게 만든 사건이 있었으니...
작가의 꿈을 안고 타지로 떠난 그녀는 온갖 고생을 감수하며 버텼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향으로 내려왔지만, 그곳에서도 그녀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밥값은 해야지. 언제까지 놀 거니?"
비자발적 실업자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녀도 그들 중 하나였지만, 그녀의 부모와 친척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대학원까지 졸업해서 백수가 되는 현실을. 틈틈이 번역이나 과외를 하면서 용돈은 벌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그러다 커피에 관심이 생겨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으며, 운 좋게 바리스타로 일하게 되었다. 힘들지만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뿌듯했다.
주말도 반납하고 일에만 매달리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밤하늘을 쳐다보다 눈물을 흘렸다.
'평생 이렇게 일만 하다가 죽는 건 아닐까? 나도 남들처럼 주말엔 제대로 쉬어보고 싶다.'
그래서 근무 시간을 조정하고 용기 내어 모임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친해진 몇몇 사람들. 여전히 말 섞기 힘든 사람들. 하지만 모임장의 환대 덕분에 그녀는 마음을 붙일 수 있었고, 도현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도현 역시 조직 내에서는 이방인이긴 마찬가지였다. 매달 꼬박 나오는 월급에 매달려 목숨을 이어가는 월급루팡. 개발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도 진정한 개발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뚜렷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장의 잔소리를 묵묵히 견디며 존버 하는 것.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지였고, 그나마 주말에 한 번씩 나가는 모임이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