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주얼리 9화 암흑 속의 그대

by 은수달


이루마의 피아노곡이 흐르는 밤이다. 연주는 귀가하자마자 씻고 소파에 앉아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불이 꺼지더니 실내가 깜깜해진다.


‘정전인가?’

계량기를 확인하기 위해 현관으로 향했다. 두꺼비집을 다시 올렸지만, 여전히 암흑이었다.

‘어쩌지? 이 시간에 부를 사람도 없는데?’

어둠 속에서 혼자 고민하던 그녀는 문득 도현이 떠올랐다.

‘이 시간엔 집에 있겠지?’

‘아냐. 늦은 시간에 부르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몰라.’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니? 계속 컴컴하게 있을 거야?’

두 갈래의 마음이 충돌하다가 결국 한쪽으로 기울었고, 연주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짧게 울리더니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주 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

”혹시 바쁘세요? “

”아뇨. “

”좀 전에 정전되었는데 원인을 모르겠어요. “

”두꺼비집 확인해봤어요? “

”네. “

”그럼 오 분 뒤에 직접 가서 봐도 될까요? “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욕실로 달려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나쁘지 않네. 옷이라도 갈아입을까?’

옷장 문을 열어 너무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딩동 딩동. 초인종이 두 번 울리자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들어오세요. 너무 늦게 부른 건 아니죠? “

”괜찮아요. 어차피 잠도 안 왔는데요. “


그는 계량기를 점검해 보더니, 일시적인 누전 현상으로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된 것 같다고 했다.

”전기 많이 안 쓴 것 같은데... “

”가끔 오작동하기도 해요. 기계다 보니... “

”아, 그렇군요. “

”조금 있으면 들어올 거예요. “

”휴... 다행이네요. “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이 그는 천천히 그녀의 집안을 둘러보았다. 깔끔하면서도 특유의 향이 묻어났다.

”오신 김에 차 한 잔 하실래요? “

”그러... 죠. “

거절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아니 느닷없이 찾아온 좋은 기회라 그는 곧바로 승낙했다.

”이사하고 나서 모임 사람 초대하는 거 처음이에요. “

”아, 그러시구나. “

”여기 처음 왔을 땐 적막하고 심심했는데 이제 차츰 적응되는 것 같아요. “

”잘됐네요. “

”그리고 이렇게 도움 청할 이웃도 생겼고요. “

차를 한 모금 마시다 그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씩 웃었다.


‘웃는 모습도 예쁘구나. 이렇게 자주 웃으면 좋겠다.’

그의 마음을 읽은 걸까. 그녀는 얼마 전에 읽은 시집을 꺼내 보여주었다.

”한동안 화제가 되었던 시인인데요. 재치가 넘치는 것 같아요. “

”그래요? “

”여기 보실래요? “

좋은 여자: 만나주지 않는다.
나쁜 여자: 만나주기는 한다.

나쁜 남자: 외로워서 연락했어
좋은 남자: 연락 없어 외로웠어

-하상욱, <시밤> 중


그녀가 가리키는 구절을 읽으며 그는 키득거렸다.

”와, 너무 와닿는 말이에요. 특히 이 부분이요. “

그는 ‘좋은 남자’를 가리키는 문장을 가리켰다.

”비슷한 말인 것 같은데 너무 다르게 다가오죠? “

”맞아요. 근데 연주 님은 평소에 시집도 많이 읽나 봐요? “

”한동안 멀리하다가 지인이 추천해줘서 읽어봤어요. “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다.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

”그러게요. 연주 님이랑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

”오늘 고마웠어요. 담엔 밥 살게요. “

”아뇨. 밥은 제가 살게요. 맛있는 걸로. “

”그럼 거절할 수 없죠. “

그녀의 재치 있는 답변에 그는 속으로 흐뭇해했다.

그렇게 암흑은 사라지고, 그들 사이엔 희미한 사랑의 불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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