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라는 단어 이면에는 '관심'이 숨어 있다. 관심이 교환 가능한 화폐의 개념으로 진화한 현재, 관종은 특정 개인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닌 더 넓은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임홍택, <관종의 조건>
"어, 펭수다!"
광안리에서 저녁을 먹고 바닷가로 향하던 둘째 조카가 큰 소리로 외친다. 바다 위에 펭수가 진짜로 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조카들은 관종이다. 첫 조카는 조용히 자기 일에 집중하면서 누군가 먼저 관심 가져주길 원하는 은둔파 관종. 둘째 조카는 끊임없이 자기의 관심사를 떠들어가며 상대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수다파 관종. 그리고 막내 조카는 자신의 영역으로 상대가 자연스레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보스파 관종.
관종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유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이 단어 없이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어느 집단이든 또라이가 있는 것처럼, 관종도 존재하며 저마다 특성도 다르다. 관심이 곧 권력이자 돈이 되는 세상에서, 관종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 조카 셋의 특성이 달라서 조금씩 차별화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처럼.
"레고 얼른 만들자."
꾸러기들 따라다니느라, 모래 씻기느라 진을 빼고 나니 귀가한 뒤엔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씻고 난 뒤 에너자이저로 재탄생한 막내 조카는 못다 한 레고 조립을 같이 하자고 조른다.
"물놀이했더니 이모 많이 피곤하네. 집중도 안 되고... 이건 내일 같이 하자."
무조건 싫다, 안 된다는 강한 표현 대신 이유를 차분하게 설명하자 막내도 곧 수긍하는 눈치다.
반면에 쓸데없이 트집 잡거나 고집부려서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관종도 있다. 정식 모임에는 참여하지 않고, 꼭 뒤풀이에만 참석하는 회원이 있었다. 사정이 있을 거라 여겨 뒤풀이에만 오는 것까진 묵인했다. 그러나 장소를 옮겨야 하는데 도착 예정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아 다른 회원들을 기다리게 하고, 심지어 메뉴에 대해서도 불평을 늘어놓았다. 한두 번 사정을 봐주다 다음부턴 뒤풀이 참석도 못하게 했다.
본인이 어떤 종류의 관종(관심 추종자)에 속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