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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님 통해 배우는 초딩 언어

by 은수달

"고모, 그동안 모은 돈으로 현질 할래요."

"현질? 그런 말도 알아? 나중에 뭐 사고 싶은데?"

"음... 너무 비싼 건 못 사고, *르메스 가방 사고 싶어요."

" 그거 비싸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샤* 정도는 살 수 있겠죠?"


같은 동네에 살지만, 오랜만에 만난 초1 조카는 고모한테 할 얘기가 많다. 하지만 가끔 조카의 입에서 툭 튀어나오는 단어를 듣다 보면 요즘 초딩들이 즐겨 쓰는 말들을 배울 수 있다.


"고모, 이 게임 알아요?"

요즘 초딩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탕탕 특공대'란다.


"이거 개사긴데?"

게임 삼매경이던 조카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자, "아, 개이득이란 뜻이에요. 엄마 앞에선 강아지 이득이라고 하지만요."


또래 애들한테 게임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오락실이나 떡볶이 없는 세상은 그려본 적 없는 것처럼.


"여기가 바로 천국이야."

침대에 누워 게임을 계속하던 조카가 내뱉은 말이다. 편하게 뒹굴거리거나 좋아하는 책을 실컷 보는 곳이 내게 천국이듯이 조카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나절 수다쟁이 조카와 지내다 보니 그들만의 세상을 잠시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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