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둘째 조카랑 종일 붙어지내는 날이다. 마트도 음식점도 쉬어서 미리 장을 보기로 했고, 조카가 좋아하는 과자를 떠올리는 순간 눈앞에 짜잔 하고 나타난 것이다.
'조만간 집들이도 해야 하니까 넉넉하게 사야지.'
그렇게 마트를 둘러보며 필요한 걸 카트에 담다 보니 어느덧 9시가 다 되어 갔다. 계산을 마친 뒤 차에 짐을 싣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반경. 산소에 가기 위해 외숙모랑 외삼촌, 사촌동생이 방문했다. 시간 맞춰 온다던 엄마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나타나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느라 바쁘다. 산소로 향한 시간은 11시 30분경. 연료가 얼마 안 남아서 살짝 불안함을 안고 꼬불꼬불 산길을 달렸다. 작년 추석에 비해선 차량이 적어 주차하기 한결 편했다.
"외할아버지 기억나지? 첫 손주라 많이 예뻐했는데..."
내가 다섯 살 무렵,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미군 출신이라 영어도 잘하고 재주도 많았단다. 하지만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평생 일만 하다가 허무하게 돌아가셨다.
점심 먹고 집에 들러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오후 5시경. 마침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자연스레 친척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어, 여기로 가면 나오는데 길이 막혀 있네."
오랜만에 카페로 향하는 지름길. 그러나 쇠기둥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돌아가야만 했다. 불빛이 환하게 켜진 입구를 본 순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고, 우린 도란도란 많은 얘길 나누었다.
큰댁으로 가는 길이 멀고 많이 막혀서 이번엔 둘째 조카를 우리 집에 맡기고 돌아오는 길에 데려가기로 했다. 식성이 까다로운 조카님을 위해 반찬과 간식을 신중하게 골랐다. 내일 부디 마음에 들어 하길.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