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6화

6. 페스트

by 은수달
사랑을 외면하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하나의 관념, 어설픈 관념에 불과해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할 줄 모르게 된 거죠.

-알베르 카뮈, 페스트


-사랑이 밥 먹여 주니?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맛을 좋게 하죠.

-나한테 사랑은 사치야. 한 남자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은 더더욱.


그녀를 냉소적으로 만든 건 그녀한테 상처 준 사람들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진심과 성실함을 비웃은 세상에도 책임은 있다.


사랑도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 그녀한테 이기적이고 비열하고 때론 치사한, 사랑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벽을 쌓았고, 그 벽을 넘어오려는 사람들을 벽 아래로 떨어뜨리거나 스스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벽의 존재를 알리 없는 카페 사장 Y는 자꾸만 담벼락을 기웃거렸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요?"

"음... 전에 여기 왔던 남자분이랑 무슨 사이예요?"

"남자친구냐고 묻는 건가요?"

"맞...아요."

예상 못한 그녀의 돌직구에 그는 당황하며 말을 살짝 더듬었다.


"지금은 아니에요."

혹시라도 그렇다고 할까 봐 긴장했는데,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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