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5화

5.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by 은수달


정신과 육체가 참된 자기로 통합되는 최후의 단계가 '어린아이의 정신'인데,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기를 버리고 타인이나 전통적 가치에 철저히 복종하는 '낙타의 정신', 낙타의 정신에 철저히 복종하는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해 철저히 부정하는 '사자의 정신'을 거쳐야만 한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32쪽, 각주)


'낙타에서 사자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견뎌야 할까.'


그녀는 니체의 책을 읽으며 의문이 들었다. 낙타로 평생 살아가다 그냥 아이로 죽으면 안 되는 걸까. 요즘 들어 사는 게 힘들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고, 아침에 눈을 뜨기가 괴로웠다.


그녀를 둘러싼 감시의 눈초리가 사방에 널려 있었고, 그것을 피하려 할수록 더욱 교묘해졌다. 그중 하나가 자신한테 은근슬쩍 관심을 보이는 카페 사장이었다. 이유 없는 친절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한테 그의 호의는 불편함에 가까웠다. 하지만 매장의 분위기와 커피 맛이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감수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경태는 전보다 수척해졌지만 표정은 밝아보였다.

"운동 안 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내가 그동안 얼마나 건강에 소홀했는지 알 것 같더라."

"뭐든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법이니까요."

"그렇지. 우리 사이처럼..."


그들은 동호회에서 만나 가까워졌고, 잠시 사귀다 성격 차이로 헤어졌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우유부단함을 그녀가 감당하기 힘들어했다.


"무조건 맞춰주는 게 사랑은 아니에요. 그건 비겁함의 다른 이름이죠."

"네 말이 맞아. 그땐 그걸 몰랐지. 널 잃을까 봐 두려웠으니까."

한숨을 내뱉듯 던지는 그의 눈빛은 아득해졌지만, 그녀는 카페 사장이 건네준 디저트에 시선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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