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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독일상 훔쳐보기 26화

26.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

by 은수달


잠든 얼굴은 그 어떤 호의에도 악의에도 관심이 없지만, 그렇기에 그 앞에서 나는 진실해진다. 이 사랑스러운 표정에는 거울처럼 내 마음이 비친다.

-이옥토 외, <당신의 눈부심을 발견할게>



'누나 미안한데 갑자기 야근 잡혀서 늦을 것 같은데 어쩌지?'

그에게서 톡이 온 건 점심 먹고 나오던 길이었다.


'할 수 없지 ㅠ 이따 마치면 연락해'

답장을 보내고 나서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약속을 잡고 나서도 갑자기 깨지진 않을지 불안했고, 지난번처럼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못 만나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이제 마쳤어. 어디서 볼까?'


8시 30분경, 그에게 연락이 왔고,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날 밤, 그들은 타코야끼를 나누어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누나랑 얘기하면 끝도 없이 뭔가가 나오는 것 같아."

"맞아. 너랑은 대화코드가 잘 맞아서 좋아."

"누난 언제 도파민이 생기는 것 같아?"

"운동? 그것 말곤 딱히 자극되는 게 없어."

"그럼 내 입술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쥔 채 그가 물었다.


"음..."

대답을 망설이는 순간, 그의 몰랑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포개졌다. 그의 숨결처럼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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