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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16. 2023

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



"죽기 전에 연어 실컷 먹어봤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내뱉던 소원을 이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지구에서 마지막 해라니... 얼마나 기다렸던가.

나의 두 번째 소망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은 날 뿅 하고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었다. 지옥행을 면하고 천국에 갈 거라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만은 아니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지구상에 나 혼자 남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죽기 전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호주의 누사 리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잘 모르겠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잘 살고 있는지 안부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을까.

죽도록 미워하고 원망했던 인간들도 너그럽게 용서해 줄 것이다. 적어도 그들보단 내가 잘 살았다고 확신할 수 있으므로. 밤마다 내 곁을 지켜주는 무민 군에게 그동안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잊어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후기증을 신청했는데, 나의 장기나 신체 일부가 좀 더 가치 있게 쓰였으면 좋겠다.

유서는 미리 작성해서 친구한테 맡겨두었다. 내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가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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