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에 결혼을 했고, 그때 우린 양가의 도움 없이 신혼집을 구했다. 나의 유일한 조건은 1. 서울에 있는 2. 거실에 소파 정도는 놓을 수 있는 20평대 아파트였다.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나는 서울을 고집했는데, 그 고집은 얼마 안 가서 꺾이고 말았다. 결혼 전 돈을 펑펑 쓰던 습관 때문에 거의 모아 놓은 돈이 없던 나와 지방 출신인 신랑은 서울에 와서 자취하며 자리 잡고 살면서 모은 돈이 얼마 되지 않았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서울에서 그것도 아파트에 사는 건 턱도 없었다. 현실을 깨닫고 당시 서대문구와 마포구에 직장이 있던 우리는 경기도 권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넘지 않는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20년 넘은 28평형 아파트 전세로 신혼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오래된 집이라 그런지 구조가 잘 빠지지 않아 평수에 비해 좁아 보이고, 바닥과 벽이 울퉁불퉁한 화장실도 20년 동안 수리 한 번 한적 없는 집이었지만 거실에 소파를 놓을 수 있다는 기쁨 하나로 신혼집으로 선택했다.
전셋집이었기에 도배, 장판만 다시 하고 몰딩, 문, 신발장 등에 페인트칠을 직접 했다. 그래도 신랑과 처음 한 집에 산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신랑은 오랜 자취 생활을 끝내고 신혼집이 생겼다는 게 감격스러워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2년만 살다가 서울로 이사 가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이 집에서 8년을 살게 된다.)
화장실은 페인트칠을 했는데, 습식이다 보니 얼마 안 가 너덜너덜 해졌다.
집주인이 4년 만에 집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는 부랴부랴 집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전세금을 빼서 비슷한 평수로 옮길 곳은 없었다. 갈 곳 없던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2년만 살기로 했던 집을 매매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8년을 살았다. 집을 샀던 순간부터, 나는 이사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형편이니 속상했고 그 푸념을 들을 때마다 신랑은 속상해했다. (나 결혼할 땐 남자가 집을, 여자는 혼수를 하는 게 암묵적인 기본 공식 같은 거였다. 주변에서 누군가 결혼을 할 때 신혼집을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남자 집의 재력을 가늠했다. 철없고 속물이었던 나는 집에 손을 벌릴 수 없는 신랑이 아주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시댁에서 도움을 받지 않은 게 너무 당연한 거였다. 우리 힘으로 잘 살고 있다는 거에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낀다.)
8년간 살면서 즐거운 추억이 많았던 곳이었고, 특별히 문제나 하자가 있어서 속을 썩이는 집은 아니었지만 '예쁜 집'에서 살고 싶다는 나의 욕구가 늘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자꾸만 집에 이것저것 끌어오게 되었다. 예뻐 보이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을 장식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집이 잡동사니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임신을 계획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명 집순이. 그러다 보니 집에 대한 애착이 더 생기기 시작했다. '오빠 나 너무 이사 가고 싶어.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해서 맘에 쏙 드는 집에 살고 싶어.'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신랑도 나중에 생길 '아기'를 위해 방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혼 후 저축한 것과 불행 중 다행으로 매매한 집의 시세가 올라 이사 갈 엄두가 나기 시작했다.
집을 내놓고, 팔리기 기다리면서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종로구, 마포구, 서대문구, 강서구, 파주시를 돌아다녔고 거의 30군데 넘는 곳을 보러 다녔던 것 같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 종로구, 마포구, 서대문구에 있는 집을 매매하려면 아파트는 못 가고 빌라는 가능했는데, 기본이 15년 이상 된 곳이었다. 게다가 주차 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집이 많았다. 무엇보다 신랑은 빌라가 나중에 잘 팔리지 않고 오르지도 않는다며 반대했다. 그나마 부암동의 한 오피스텔은 마음에 들었는데 관리비가 무려 한 달에 50만 원이 나온대서 포기. 파주는 좋은 집들이 정말 많았는데 주변 인프라가 없어도 너무 없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힘들 것 같아서 패스.
부암동 오피스텔 - 방 하나, 거실 하나 구조.
서대문구 오래된 빌라들.
파주 - 새로 지어진 단독 주택 느낌이 나는 빌라들.
파주 - 차고와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
지역에 따른 집값 차이. 알고 있지만 눈으로 확인해보면 마음이 더 아프다.
다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원래 살 던 곳 주변의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나마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우리 형편에 무리하지 않고 갈 수 있었다. 그래. 어차피 원하던 건 내가 디자인할 수 있는 집이었지. 오래된 집에 가서 다 뜯어고치자고 결론을 내렸다. 조건은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집. 20년 넘은 아파트를 한 번도 고치지 않은 집은 생각보다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한 집을 보러 갔는데 고친 흔적이 전혀 없고 너무 깨끗했다. 알고 보니 20년 넘는 동안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들이 대부분 살다 나갔다고 했다. 역시 집주인들이 살다 가서 그런지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었다. 게다가 남향, 도서관, 재래시장도 근처에 있고 공원도 걸어서 2분 거리에 위치했다. 다만 오래된 아파트라 그런지 젊은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았다. 대부분 50-80대 노인들이 사시는 곳. 유동 인구가 적고 소비하는 연령층이 높다 보니 당연히 집 주변 인프라는 별로다. 하지만 나는 그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신랑도 마음에 들어했고 집을 보고 며칠 안돼서 계약을 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나의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예쁜 집에 살고 싶었던 한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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