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퇴소 후 8일째.
조리원에서 나온 지 8일째.
매일 산후도우미님께 멜론, 사과를 맡기고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다. 혹은 새로 생긴 카페에서 잠깐 있다 온다.
이건 전적으로 정신건강을 위해서 인데, 하루 한두 시간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건 앞으로도 필사적으로 쭉 할 예정이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엔 ’혼자만의 시간’ 혹은 ‘자유시간’을 못 가질까 봐 무서웠는데, 다행히 산후 도우미님께 양해를 구해서 한두 시간씩 나오게 되었다.
또 그녀가 있을 땐 최대한 애들과 안 마주치려고 한다. 그래야 저녁과 새벽에 힘내서 할 수 있다. 동시에 밥 달라고, 기저귀 갈아달라고 빽빽 울어서 멘탈이 탈탈 털리고 에너지가 바닥나도 다음 날 있을 외출을 생각하며 버틴다.
커피도 마신다.
양심상 1/3만 마신다. 최근에 병원에 갔을 때 주치의한테 '커피 마셔도 돼요?' 물었더니 '마셔, 마셔! 하루 한잔은 애들한테 영향도 안 가요.' 하셨다. 애들아. 미안하다. 엄마 커피 좀 마실게. 엄마도 숨 좀 쉬어야지.
강아지도 애들과 잘 지낸다.
첨에 냄새 좀 킁킁 맡더니 이내 우리 집에서 멜론, 사과가 중요한 존재라는 걸 받아들였는지 원래 한 가족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잘 지낸다.
멜론, 사과는 가끔 멍멍 소리에 놀랄 만도 한데, 신기하게 놀라지 않는다. 아마도 배 속에 있을 때부터 하도 들어서 그러려니 하나 보다.
하루하루 아가들이 몰라보게 크고 있다.
둘 다 두 턱이 되고, 4 킬로가 넘었다. 포동포동의 귀여움이란! 힘들긴 해도, 둘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예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드디어, 네 식구 합체한 우리 집.
행복하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 잘 못하고, 모성애는 1도 없을 것 같던 내가 엄마가 되었다니.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둘을 동시에 낳았다니. 가끔 현실감이 없어질 때가 있다. 내가 쌍둥이를, 아들 둘을 낳았어?
조리원에서 나온 첫날은 둘이 동시에 울어서 둘의 욕구를 파악하려 애쓰다 영문을 몰라 주저앉아 엉엉 울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금씩 나도 적응되고 아이들도 조금씩 적응하는 것 같다. (그래도 제발 동시에 울지는 말아줄래? 너무 무서워.)
매일이 롤러코스터 같다.
이만하면 쌍둥이 키우는 거 할만한데? 싶다가 이내 미쳐버릴 것 같다가 행복하다가, 힘들다가 왔다 갔다 한다. 그래도 아직은 예상한 것보다 덜 힘들다.
(......라고 과거의 나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 입 다물라. )
<쌍둥이 엄마로 산다는 것>
새로운 자아와 가족이 생긴 나를 위해 씁니다.
03화 쌍둥이 이름 짓기
04화 조리원 동기 꼭 있어야 해? (1)
05회 조리원 동기 꼭 있어야 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