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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난 우리 할배

자주 꿈에서 만나주면 안 될까??

by 이하나

원래 불면증이 있긴 했지만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심해지면서 과거에 있었던 나쁜 기억들이 꿈에 나타나고 그 상황으로 돌아간 기분에 울다가 깨면 베개가 흠뻑 젖을 정도로 울고 있었고, 잠에서 깨어나고 난 뒤에도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한참을 울다가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는 것을 인지하면 그제야 지쳐서 잠이 들었다. 병원에서 처방되는 약 중에는 꿈을 꾸지 않게 해주는 약이 포함되어 있다.(무슨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약에 대해 설명해 주신 의사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꿈을 꾸지 않고 잠을 잘 수 있도록 하는 약이라고 하셨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이런 식으로 약에 대한 설명을 해주신다.) 그 약을 먹기 시작한 뒤로는, 아주 가끔 꿈을 꾸긴 했지만 그래도 복용하기 전 같이 악몽에 시달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제부터 감기기운이 있는 건지, 위염이 심해진 건지 열도 살짝 있고, 위가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전기장판을 켜고 일찍 잠에 들었다. 어젯밤 꿈에는 정말로 오랜만에 우리 할배를 만났다. 어떤 내용의 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할배 얼굴을 본 나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록 지금 이 세상에는 없지만 또 다른 한 명의 내 편인 우리 할배를 만난 것에 대한 안도감과 꿈이지만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공존했던 것 같다. 정말 할배에게 안겨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현실에서는 나를 안아주던 우리 할배의 따뜻함도 나를 향해 웃어주는 할배의 미소도 없었다. 그래서 잠에서 깬 뒤에도 아무도 듣지 않지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울었다.


할배! 내 인제 안 울 테니까.. 자주자주 내 꿈에 나타나주면 안 되나? 내 꿈에 안 나타날 만큼 좋은 곳에 있어서 내 꿈에 잘 안 오나? 아니믄 할매 혼자 한국에 놔두고 내 혼자 일본에 도망쳐와서 화나서 안나타나주나? 꿈에서 내한테 화내도 되고, 아무 말도 안 해도 되니까.... 그러니까.... 자주 좀 나타나주라.....


오늘따라 혼자인 적막한 이 집이 참 외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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