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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 짓는 은용이 Jun 14. 2021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감

밥풀을 긁어내며

 누구나 고르고 판판한 삶 누리는 곳. 지금보다 더 나은 그곳으로 나는 조금씩 나아갈 생각이다.

 오래전부터 늘 그랬고 꾸준히 그러리라 여겼는데 뭘 어찌해야 좋을지는 사실 잘 몰랐다.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서 있는 곳에서 그저 온 마음 다해 땀 흘리면 될 줄로 알았을 뿐. 음. 삶에 이런저런 일과 까닭 구불구불하더니 어느새 쉰에 닿고 말았달까.

 쉰 된 2018년. 말랑말랑했던 머리가 조금 여물었을까. 나는 같이 사는 벗과 그의 친구를 향해 <아들아 콘돔 쓰렴 ━ 아빠의 성과 페미니즘>을 내놓았다. 이러쿵저러쿵. 나는 이러저러했는데 너는 어찌할 성싶으냐는 물음 같은 거. 나는 이러저러해서 마음 아프고 서툴렀는데 너는 판판하고 자연스러우면 기쁘겠다는 바람 같은 거.

 숨 좀 더 고른 2020년. 생각이 아주 조금 깊어졌을까. 나는 세상을 향해 <나, 페미니즘하다>고 알렸다. 이러쿵저러쿵. 사람이 문명을 이룬 뒤 가장 오랫동안 짓눌려 아팠던 여성 삶에 눈길과 마음 두려 애쓴 것. 나는 이러저러한 남자로 사느라 몰랐고 제대로 알려 하지도 않았기에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것.

 나는 곧 <아들아 콘돔 쓰렴>과 <나, 페미니즘하다> 위에 <밥풀을 긁어내며>를 올려놓는다. 가만히. 내가 얼마큼 더 걸었는지 어디로 얼마나 더 나아가려는지 헤아릴 수 있으리라 여기며.

 “부디 읽고 함께해 주십사” 말씀드리려 한다. ‘50대 남자가 설거지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무엇이고 더 해내야 할 일은 또 무엇인지. 함께 ‘지구 씻는 설거지맨’이 되어야 할 까닭까지.


2021년 유월 9일 씽크스마트. 사진 씽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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