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풀이 1
“부엌에 가 보셨습니까.”
<밥풀을 긁어내는 마음으로> 5쪽 머리말 첫 문장. 물어보고 싶었다. 한국 남자 여럿에게. 어떤 말씀 나올지 궁금해서.
요즘 집엔 문턱 없는 부엌 일쑤인데 거기 가 보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울까마는. 음.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가 어쩌고저쩌고 타령’이 여태 들리니 좀 놀라웠다. 하다못해 목마른 남자가 부엌에 가지 않고 “물 줘!” 해야 고추 떨어질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있다는 건가.
물 찾다 못해 ‘안방에 앉아 담배 피우는 아빠’도 있는 듯하니 한국은 남자에게 참 좋은 세상인 성싶다. 퉁명스레 “물 줘!” 하거나 안방에서 담배 뻑뻑대? 나도 남자지만 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를 일.
“부엌에 가 보셨습니까. 팔 걷고. 싱크대 앞에 서 보셨나요.”
잇따라 물었되 물음표 아닌 마침표를 쓴 건 말끝 무게 때문. 말꼬리가 오른쪽 위로 솟아 마른하늘에 흩어지는 것보다 아래로 내리깔려 ‘남자가 부엌에 가고 싱크대 앞에 서야 마땅함’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