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산은 그렇게 돌아갔어요. 많이 죽었고, 산 사람들은 흉터 밑에서 노예처럼 살았죠. 시체를 뜯어먹고, 애들을 잡아먹고.
-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윤은 설의 이야기에 체한 듯 먹먹한 가슴을 혼자 쓸어내렸다. 지금 이 시대의 문제는 단지 더워지고 단지 굶주리는 문제 같지는 않았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느냐, 인간으로 죽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어둠 속에서 거리를 두고 마주 누운 윤과 설은 서로의 깊은 한숨소리를 들었다.
- 반년쯤 지나서 옆산이 더 살 만하다는 얘기에 사람들은 다 그리로 몰려갔어요. 여기 남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흉터가 그렇게 두지 않았죠. 남편은… 거기 저항하다가…… 먼저 갔고요.
- 네…….
윤은 설의 남편이 어떻게 죽은 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더 묻는 건 설에게 못할 짓이라 여겼다. 그래서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 그런데 여기 혼자 계시면서 먹을 건 어떻게 구하셨어요? 겨울이도 있어서 쉽지 않을 거 같은데.
- ……옆산 사람들이 갖다 준 걸로 먹고살았어요.
- 아…….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있네요.
- 아니요. 그냥 거래일뿐이에요. 저도 주는 게 있으니까요.
- 뭘 주시는……?
- 먹고사는 게 어떻게든 해결되면 남자들이 그다음으로 찾는 거요.
윤은 아까보다 더 말문이 막혔고, 이번에는 다른 데로 돌릴 화젯거리조차 찾지 못했다. 침묵 속에서 설이 몸을 뒤척여 돌아누웠다. 동굴 밖에서는 한낮의 태양이 빛 닿는 모든 것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윤과 설은 눈을 감고 때로는 선선하고 때로는 시렸던, 이제는 전생 같은 옛 나날들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때 나름의 불만과 걱정과 괴로움이 있었건만 이제는 모두 그리움이 되었다. 언젠가 겨울이가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소복이 쌓인 겨울을 맞을 수 있을까. 언젠가 선우가 화사하고 밝은 날 총천연색의 자연 속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뛰어놀며 사랑할 수 있을까. 언젠가 이 아이들이 사람이 사람에게 대가 없이 계산 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을까. 꿈도 없이 잠이 든 선우와 겨울이 작은 가슴을 들썩이며 호흡하는 기척마다 하나씩의 슬픔이 찾아왔다.
사흘이 지나자 윤의 다리가 지팡이 없이도 걷게끔 회복됐다. 아직 욱신거리지만 떠날 수는 있는 상태였다. 며칠 새 루틴이 되어 버린 일출 전 넷의 식사를 정리하며 윤이 말했다.
사실 윤은 설에게 같이 가자고 권할까 고민 중이었다. 서로 당황스럽게 마주하고 적대했던 첫날을 제외하고는 넷의 동굴생활은 꽤나 아늑했다. 그러나 여길 나서면 앞으로 어떤 길이 이어질지, 고향에 무사히 도착은 가능할지, 고향집이 여기보다 살만할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떠난다고 말하면 설은 그저 담담하게 잘 가시라 말할 것만 같았다. 혹시라도 이후의 길을 묻거나 같이 가고픈 기색이 보인다면 그때 조심스레 동행을 제안해 볼 마음이었다. 그래서 하루만 더 있다 가면 안 되냐는 설의 대답은 의외였다.
- 하루만요?
- 네. 내일이 보름이라, 제가 어딜 좀 가는데요…. 그때 겨울이를 잠깐만 돌봐주셨으면 해서요.
- 아, 그 정도는 뭐….
- 고맙습니다.
설은 급히 대화를 마무리 짓고, 평소에 으레 하던 잘 자란 인사도 없이 등 돌려 누웠다. 동굴 주인의 조급한 분위기에 윤과 선우도 눈치를 보며 잠을 청했다. 내일이 보름이라 무슨 일이 있다는 걸까. 다들 잠이 들고 깬 이후, 설은 겨울이에게 평소보다 오래 젖을 물렸다. 그리고는 만족스럽게 방글거리는 아기를 윤의 품으로 조심히 건넸다. 겨울이와 달리 설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 해뜨기 전에는 올 거예요. 가능한 한 빨리 올게요. 혹시 겨울이 때문에 먹을 것을 못 구하셨다면, 제가 다녀와서 음식을 좀 드릴게요. 겨울이가 배고파하면 이거 하나씩 주세요.
설이 젖병 두 개를 선우에게 주었다. 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질문 몇 가지의 말을 고르는 잠깐 사이, 설은 잰걸음으로 동굴을 나갔다. 붙잡거나 말릴 틈도 없었다. 윤은 품 안에 겨울이와 곁에 선 선우와 잠시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어둠에 흡수되듯 설은 금세 사라졌다. 뭔지 모를 불안과 걱정을 다룰 겨를도 없이 두 아이의 보호자로서의 책임이 막중히 다가왔다. 선우의 재촉으로 동굴 밖으로 나갔다. 겨울이를 어르고, 다리를 절룩이며 나간 밤 산은 평소보다 환했다. 실로 밝은 보름이었다.
선우가 하늘을 보며, 와, 환호했다. 겨울이도 고개를 치켜들며 앙증맞은 두 손바닥을 짝짝 부딪쳤다. 하도 밝아서 크고 둥근 보름달 안에서도 더 환한 곳과 더 어두운 곳이 또렷이 구분됐다. 아름답네, 아이들을 따라 달을 보며 윤도 혼잣말했다. 설이 같이 없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괜스레 겨울이를 한 번 꼭 끌어안았다.
아기를 데리고 산을 뒤지는 건 예상보다도 어려운 일이었다. 하릴없이 윤은 동굴 부근에서 겨울이를 맡고, 선우가 혼자 음식을 찾으러 나갔다. 겨울이를 선우에게 맡기고 자신이 나갈까도 고민했지만, 아이 둘을 홀로 두는 건 본인이 불안해서 못할 짓이었다. 미안하고 기특한 마음으로 선우를 보냈다. 고작 열 살인 부잣집 도련님이 얼굴에 때가 꼬질꼬질해서 혼자 개구리 잡고 나무 열매 캐고 다니게 될 줄이야.
윤은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잠시 조는 겨울이를 쓰다듬었다. 천사같이 곱고 순한 얼굴이다. 그래서 윤은 그 하루가 종일 설과 선우에 대한 걱정으로 들어찰 줄 알았다. 겨울이를 돌보는 것에만 온 정신을 쏟아도 모자랄 줄은 전혀 몰랐다. 잠에서 깬 겨울이는 막 시작한 걸음마로 휘청휘청 잘도 걸어 다녔고, 허리를 숙이고 겨울이를 쫓아다니느라 다리 욱신 거리는 건 문제도 아니었다. 불현듯 표정을 구기며 목청껏 울어재끼길래 젖병을 물리는데 거부하고 안으려 해도 바둥거렸다. 어쩔 줄 몰라 윤도 버둥대는데 코가 찡그려졌다. 아기 바지를 슬쩍 들춰 냄새를 맡으니 역시나였다. 설이 맡긴 천 기저귀를 가는 데에 족히 20분은 걸렸다. 윤의 팔과 손에도 겨울이의 무른 변이 여기저기 묻었다. 간신히 계곡가로 가서 씻는 참에, 겨울이가 참방참방 물가로 가 철퍼덕 주저앉았다. 어른 발목 깊이의 얕은 물이라 다행이고, 밤이라도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윤은 묻은 똥을 다 씻지도 못하고 서둘러 겨울이를 안아 올렸다. 윗옷을 축축하게 다 적시며 겨울이를 동굴 근처로 겨우 데리고 왔다. 기저귀를 다시 갈아입히는 데에 또 30분이 흘렀다. 곧 아침이 오나 싶었으나 아직 새벽 2시였다. 배가 고픈 겨울이가 윤의 가슴께에 얼굴을 갖다 댔다. 젖병을 물릴 타이밍이었다. 반이 조금 넘게 찬 젖병을 끝까지 다 먹고도 아직 모자란 지 겨울이가 빈 병을 계속 빨았다. 미간에 주름까지 만들며 열심히 진지하게 흡입해도 입 속에 들어오는 게 공기뿐이라 불만에 찬 얼굴이었다. 하나 남은 젖병을 마저 더 물리려다가 윤은 참기로 했다. 며칠 보고 배운 대로 겨울이 등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트림 대신 우웩, 아까운 젖을 조금 게운 겨울이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윤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설이든 선우든 얼른 와주길 바랐다. 그러나 크고 동그란 달은 유독 천천히 하늘을 갈랐다. 가까스로 잠이 든 겨울이를 동굴에 눕히고 윤도 잠시 누웠다. 잠이 오진 않았다. 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선우가 먼저 돌아왔다.
- 오늘은 별로 많이 못 찾았어요.
중간 크기의 개구리 한 마리와 무른 나무 열매 한 줌을 풀어놓으며 선우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한 사람의 한 끼로도 부족한 양이었지만, 윤은 선우가 마냥 반갑기만 했다. 괜찮아, 수고했어, 윤이 선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선우가 겨울이와 놀아주는 동안, 윤은 배낭에서 이제 몇 안 남은 에너지바를 두 개 꺼냈다. 내일은 정말 떠나리라는 생각에 짐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설을 기다렸다. 보름달이 서서히 밤 너머로 스러지고 있었다.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설이겠거니 일어나 팔을 흔들었다. 설이 맞았다. 그런데 밤에 나갈 때보다 머리가 부스스하고 차림새가 형편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동굴 입구로 온 설은 반쯤 찬 가방을 윤에게 내밀었다. 말은 없었다.
- 괘… 괜찮으세요? 다치셨어요?
- ……아니에요. 저 피곤해서 먼저 잘게요. 이거…, 많이 없는데 조금씩 드세요.
설은 겨울이를 안고 동굴로 들어갔다. 가느다란 몸이 부러질 것처럼 위태로웠다. 흐릿한 불빛에도 얼굴과 몸에 생긴 상처가 숨겨지지 않았다. 설이 준 가방에는 부패가 시작된 작은 토끼 한 마리와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는 풀들이 담겨 있었다. 선우는 윤의 눈치를 봤다. 윤은 선우에게 먹을 것과 손전등을 챙겨서 천천히 들어오라고 이야기하고는, 먼저 설을 좇아 동굴 안으로 갔다. 설은 등을 돌리고 겨울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뒷모습 전체가 간헐적으로 떨리고 들썩였다. 숨기고 삼키려 해도 울음소리가 비어져 나왔다. 예의나 매너를 고려해 가며 질문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윤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흉터 무리는 긴 머리를 죽이고 산을 제압한 후, 유와 설을 찾아왔었다. 당시 유는 막 출산한 설과 갓난아기 겨울이를 돌보느라 먹을 것을 찾으러 다니지 못했다. 군에서 빼돌린 음식으로 연명하며 하루하루 마음을 졸이던 시기였다. 흉터는 자기가 이 산의 리더가 되었으니, 산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매일 정해진 분량의 음식을 가져오거나 자신이 지시한 분량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본인이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음식도 공평히 배분하고 공동의 업무도 제대로 굴러갈 거라고 했다. 유가 그럴 수 없다고 답하자, 흉터는 그렇다면 산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유가 다시 한번 거절하자, 흉터 무리는 더 말없이 씨익, 웃으며 무기를 들었다.
- 댁은 총도 있지만, 움직이지도 못하는 마누라도 있고 애도 있구먼. 결국 누가 이길 거 같소?
유는 마지못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설과 아기를 두고 먹을 것을 구해 흉터에게 갖다 바치거나, 그럴 수 없는 날엔 군에서 가져온 식량을 일부 헌납했다. 그렇게 하고 배분이랍시고 받는 음식량은 세 식구가 먹기는커녕, 한 사람 몫의 한 끼로도 모자란 양이었다. 흉터의 폭정 아래서 사람들은 야위고 난폭해져 갔다. 그래도 유와 설은 어떻게든 버텼다. 아기가 100일을 맞은 날에는, 정말 이 시기에 이 기간 동안 살아준 것이 고마워서 아주 조촐하게 백일잔치를 했다. 먹을 것도 거의 없고 깨끗한 옷도 없었지만, 세 가족이 둘러앉아 끌어안고 서로를 축하했다.
- 이제 아기 이름 지어요, 우리.
태어나고 얼마 살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유도 설도 아기에게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이제는 설의 몸도 출산 전 수준으로는 회복됐고, 아기를 안고 물을 뜨러 갈 정도는 됐다. 매일 매 순간이 고비이지만, 그래도 큰 고비를 하나 넘은 것 같았다. 오래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꿈꾸며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았다.
- 생각해 둔 이름이 있긴 해.
- 뭔데요?
- 겨울. 유겨울.
- 겨울…….
- 응. 우리가 제일 기다리는,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시절. 이 계절을 너머 언젠가는 꼭 다시 오리라 믿고 싶은 그런 날이, 우리에게 있는 거지.
- 좋아요. 좋다. 겨울. 겨울아. 겨울아, 우리에게 와 줘서,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마워. 사랑해.
태어나고 100일째에 이름을 얻은 겨울이는 엄마, 아빠의 말에 방긋방긋 웃었다. 그리고 이날은 겨울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다음날 밤이 되자마자 흉터와 외팔이, 알비노가 유와 설의 토굴에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아직 유는 자고 있고, 설은 겨울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때였다. 놀란 설이 서둘러 몸을 돌리고, 유가 튀어 오르듯 일어나 경계를 했다.
- 아, 뭘 또 이리 총부터 들이대시나. 바뀐 룰 좀 얘기하려고 왔는데.
- 뭡니까?
- 이제 그쪽도 움직일 수 있다고 들었으니, 오늘부터 음식을 두 배로 갖고 오쇼.
외팔이가 설에게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 그동안 세 명인데 일인분어치만 내게 했으니 많이 봐준 거요. 이젠 이인분 내야 다른 사람이랑도 다 공평하게 나눠먹는 거 아니겠소? 그리고 곧 여기를 떠나 다 옆산으로 옮길 거요. 그럼 그땐 애새끼 몫까지 삼인분 내야 할 거요. 공평하게. 지금 또 봐주는 거니 고마운 줄 아쇼.
겨울이가 젖을 먹다 말고 목청껏 울기 시작했다. 흉터는 등 돌려 아기 젖을 물리느라 살짝 드러난 설의 흰 속살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겨울이를 어를 때마다 낡은 옷깃이 말려 올라가는 걸 뚫어져라 쳐다봤다. 유는 애써 침착하며 그들을 밖으로 몰았다.
- 그런 법이……. 일단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세 남자는 생각보다 순순히 밖으로 나갔다. 유와 설은 등진 채로 서로 고개를 돌려 두려운 눈빛, 그러나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교환했다. 유는 토굴에서 나왔고, 흉터 무리가 걷는 대로 토굴과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서 멈춰 섰다. 적당히 이들의 뜻대로 맞춰주는 말을 하고, 몰래 산을 떠날 작정까지 속으로 하고 있었다.
- 요구하시는 게, 저희로써는 많이 어렵긴 하지만, 맞춰보겠습니다.
-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 뭘 더……?
흉터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음식을 제대로 못 가져온단 말이지. 그러니까 당신 아내는 다른 걸로 모자란 양을 채우라고 해야겠어.
- 그게 무슨……?
- 앞으로 매 보름과 그믐에는 달 지고 해 뜰 때, 내 거처로 보내시오. 여기 여자들 다 그렇게 하고 있는 건 알고 있겠지?
외팔이와 알비노가 옆에서 같이 킬킬 대며 웃었다. 유는 참으려던 분노가 솟구쳐 허리춤에 총으로 손을 갖다 댔다.
- 이런 미친…!
유가 총을 막 뽑으려는 때에, 뒤에 숨어있던 덩치가 나타나 유를 덮쳤다. 유와 덩치가 땅을 구르며 몸싸움을 하는 동안 외팔이가 총을 주워 그걸 흉터에게 갖다 줬다. 덩치가 싸움에서 밀리자 알비노가 막대기를 들고 가세해 유를 몰아붙였다. 그래도 유가 우세했다. 몇 합 더 겨루면 유가 둘을 제압할 수 있을 상황에서, 탕, 총성이 울렸다. 토굴에서 그 소리를 들은 설은 겨울이를 끌어안고 덜덜 떨었다.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조금 후, 흉터가 혼자 토굴에 찾아왔다.
그후 매 보름과 그믐은 설에게 악몽이 되었다.
- 먹을 걸 주는 대가라고 여기고 버텼는데……. 이젠 그마저도 제대로 주지 않네요.
설이 넋 나간 얼굴로 말했다. 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더 고민하지는 않았다. 입에서 나오는, 마음에서 나오는,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