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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선 Aug 05. 2022

동물 말고 식물을 구우면

순하고 고소한 샌드위치 속이 됩니다

혹시 어쩌다 아직도, 스팸이나 베이컨 종류의 선물이 생길 때가 있다. 한 마디로 처치 곤란의 선물 아닌 선물이 되곤 한다. 물론 내가 만약 비건이 아니었다면 얇게 슬라이스 해서 샌드위치의 재료로 쓰는 데 주저할 일이 없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이들 말고도 동물성 식품이 들어간 소스류며 장류도 마찬가지로서 대개의 선물세트 속에 들어있곤 한다.


우리의 식생활 대부분에 넓고도 뿌리 깊게 퍼진 동물성 식품의 세력을 느낄 수 있다. 어쩐지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야만 제대로 된 맛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 같은 거 말이다. 이런 관념에 일조한 세력에는 매스컴의 역할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국외와 달리 국내에서 유명(?) 셰프들 중에 아직 비건 셰프를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뿐 아니라 언제부턴가 즉 공영방송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끈 이후로 '셰프'라는 이름에는 한층 더 '권위'가 생겼다고나 할까.  '요리'는 아니 '요리하는 사람들' 에게서(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경우에 해당함) 어떤 '세력' 같은 걸 느끼게 되었다.


물론 예민한 내 기질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니 하물며 특히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판매 식품군에 이런 매체의 방송들에 익숙해진 대중들이 신뢰할만한 레시피들을 구현해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아닐까 싶다. 내가 먹을 수 없는 동물성 식품이 들어있는 선물세트에 대한 투덜거림이 또 이렇게 빙빙 돌며 삼천포로 빠져들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선물 아닌 선물 세트를 이것이 필요할지도 모를 대상에게 채식 식품과 함께 선물하거나 할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더는 그러지 않고 있다. 이미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준다는 것이 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선물'은 내가 받아서 좋은 것을 아낌없이 줘야 진짜 선물이란 생각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간의 내 행적(?)에 참 미안할 따름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야 본론으로 들어와서 어느 날 나는 토마토와 양파를 구웠다. 양파나 당근, 양배추들을 잘게 다져 기름에 달달 볶으면 단 맛이 난다. 이것들을 요리에 적용하는 것들이야 늘 해오는 일이지만 귀찮아서 자른 그대로 팬에 올려 구워 본 것이다. 마침 아들 Jay가 주문해 놓은 닭 알의 대체식품인 '져스트 에그 Just egg'가 있었기에 프라이팬에 그것들을 한꺼번에 올려보니 내 눈에 꽤나 근사해 보였다. (져스트 에그 대신 두부를 구워 넣기도 합니다.)


일단 내 샌드위치에는 빵의 양면에 피넛 버터를 듬뿍 바르는 것을 잊지 않는데, 빵을 굽거나 굽지 않았거나 바르는 편이 식감이 좋다. 샌드위치에 넣는 재료들의 수분이 빵에 배이는 것도 방지해주며 피넛버터의 고소함도 잘 어울린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피넛버터만 고수하지는 않는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편한 레시피를 주장함)


이렇게 탄생한 식물 아니 채소 구이 샌드위치는 일단 너무 맛있다. 샌드위치 속에 들어갈 채소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게 이 샌드위치의 장점인데 일명 '냉털 채소 샌드위치'라는 별명도 가능해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냉장고에 호박이나 가지가 있다면 그들도 훌륭한 샌드위치의 속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채소를 구우면 채소 고유의 단 맛이 있는데 얘네들을 구울 때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려도 좋다. (단 과하게 많이 뿌리지 말아야 함) 채소만 가득 채워 넣어도 맛이 좋지만 단백질 보충을 위해 두껍지 않게 구운 두부를 채워 넣는 것도 좋다. 대체육 햄과 채 체육 불고기 등등 넣을 재료는 현재 무한대로 많지만 최근 들어 나는 대체 육보다 원재료 쓰는 걸 선호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에 들어간 '동물 말고 식물을 구우면'에 대해서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첨언을 붙여본다. 살아있던, 그러니까 식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좁은 케이지에 사육해서 고통스럽게 죽임의 과정을 겪고 난 동물의 허벅지를 저며낸 슬라이스 햄과 베이컨보다는 식물이 겪을 수도 있을 그것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식물이 당할지도 모를 고통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동물이 원료인 육식을 쉽게 먹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안티는 그야말로 안티를 위한 안티라는 얘기, 나는 그런 종류의 논란에 신경 쓰는 것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내 요가 수련생들과 가끔 나눈 이야기 중에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세 종류의 에너지'에 관한 얘기가 있다. 이것은 내가 한 주장이 아니고 요가 철학 속에 존재하는 '학설'이다.


그러니까 요가 수련이 품고 있는 에너지는 평화롭고 영적인 '사트바' 적인 에너지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에 '아힘사 철학' 이 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비건 샌드위치에는 고통의 에너지가 들어있지 않아 평화롭고 순한 에너지가 흐르게 된다. 물론 이들 음식도 지나친 과식은 좋지 않겠지만 말이다.


누군가 원한다면 이 순하고 고소한 채소구이 샌드위치를 권하고 싶다. 외면하고 싶은 온갖 악하고 어지러운 뉴스가 판치는 세상이다. 피한다고 영원히 피해지지도 않는다. 그저 잠시 회피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받는 공통의 카르마 즉 그 고통스러운 에너지는 돌고 돌아서 결국 내가 느끼게 된다.


결국 '음식'이란 몸속 '위장의 허기'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채워주는 일종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비건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했고 이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


나는 이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내가 만든 샌드위치가 참 좋다. 샌드위치 속에 들어가는 야채들을 재배한 농부들의 손길과 그것들을 키워낸 대지와 아침의 이슬과 촉촉이 대지를 적셔내던 빗줄기에도 감사한다. 여전히 요리 하기기가 늘 즐거운 건 아니지만 말이다.  요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디 고요한 나만의 산방, 아니 공간에서 내 글쓰기와 수련만 하고 싶지만 살아있는 이 순간에 깊이 감사한다.


지금보다 젊었던(비건이 아니었던)어느 날의 나는 이렇듯 내가 아닌 대상을 위한 기도를 자주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온갖 세상의 부조리함에 온 몸과 마음으로 저항하며 알코올을  찾기도 했고 울분과 저항을 담아 냉소적이고도 시답잖은 '시'를 써대기도 했었다. (물론 아무도 알아주지도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현재는 그때와 달리 이타적인 삶 전반에 대한 관심과 실천에 대해 성찰하곤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비교적 잘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이 또한 자신을 비워가는 방편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고 고집하는 에고 ego가 되지 않기를 경계하고 또 경계한다.

도대체 레시피북이라면서 나는 또 이렇게 돌고 돌아가는 글쓰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상한 글을 끝까지 읽어준 당신의 인내심에 경의를 그리고 무한한 감사와 우정을 보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인간으로서 미안하고 미안하다.


모든 세상에 사랑과 자비와 평화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나마스테 _()_


        <채소구이 샌드위치 레시피>



1) 비건 식빵이나 통밀 빵을 토스터, 혹은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만약 시간이 없으면 굽지 않아도 괜찮다.

2) 냉장고 속 야채를 소금물에 5분 정도 푹 담가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를 농약 잔재물을 깨끗이 없앤다.

3) 냉장고에 있던 야채, 여기서는 토마토와 양파를 적당한 두께로 썰어 팬에 올린다.

4) 만약 닭의 알 대체식품이 있다면 함께 구워도 무방, 아니면 두부를 적당히 잘라 깨끗한 행주나 키친 타올로 물기를 뺀 후 노릇하게 구워놓는다.

5) 자 이제 구워놓은 빵 양면에 피넛버터를 바른다. 피넛버터 위에 잼을 아주 살짝 덧 발라도 된다.

6) 이제 그 사이에 구운 두부나 구운 저스트 에그, 구운 야채를 채워 넣는다.

7) 소스를 끼얹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비건 마요네즈나 토마토소스 등, 웬만한 소스가 다 어울린다.

8) 그릇이나 도시락통에 옮기기 전 위에서 살짝 빵을 눌러준다. 옆으로 소스나 재료가 삐져나오지만 먹을 때 이상은 없다.

9) 이제 맛있게 얌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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