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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참 기특하다
by 글쓰는 호랑이 Jul 17. 2017

일 안 한다고 소문 났어?



인사팀장이 본사 발령 받은 지 1년 남짓한 신입들을 소집했다. 신입은 강 팀장에게 말씀 드리고 점심 시간이 되자마자 1층 로비로 갔다.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는데, 같은 날 본사로 발령 받아 가끔 점심 같이 먹는 동기 2명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이야기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평균연령 40세가 넘는 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비슷한 또래 직원들과 식사하러 가는 것만으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불고기 한정식을 파는 식당에 도착하여 조용한 방에 자리를 잡고 인사팀장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여러분을 초대한 한 건 동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회사는 수시로 사람을 채용하기 때문에 동기라는 개념이 없죠? 아직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알고 지내는게 중요해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종일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회사 생활은 좋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른 부서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회사 전체에 대해서 알 수 있죠. 지금 이 자리에 각기 다른 부서에 온 사람 10명 이상이 모였으니 서로 동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오늘을 기점으로 다른 부서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일하는 습관은 좋지 않습니다. 열심히 소통하면서 일하시기 바랍니다."


식사 하면서 오늘부터 동기가 된 사람들과 어색하지만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부서에 계세요?"

"아, 전 Q파트예요. 본사에 온지는 2달 정도 됐어요. 다음에 점심 같이 먹어요."

"저기, 물류 관련해서 질문 있는데요. 2일 전에 발주한 품목이 금요일에 미입고 되면 어떻게 처리리하세요? 주말동안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할텐데요."

"저도 본사에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제가 팀에 물어보고 답변 드릴게요. 이따가 메신저 주세요."


신입은 지난 일주일 동안 우울했던 감정은 잊고 오랜만에 한껏 들떠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10개 이상의 부서에 나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동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났다.


식사를 끝내고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어쩌다보니 신입은 인사팀장과 단둘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말을 꺼냈다.

"이런 자리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동기가 생겨서 정말 좋아요. 앞으로는 동기들과 열심히 교류하면서 회사 전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살짝 흥분해서 포부를 밝히는 신입에게 인사팀장이 뒷짐지고 걸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래서 동기란게 중요한거예요.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쳐다보면서 일하는 건 회사에 도움이 안되죠. 아, 본사에 온지 6개월 정도 됐나요?"

"네, 1년 조금 넘었습니다."

"흠, 보니까 요즘에 일 안한다고 소문났던데요, 응?"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같은 소리? 다른 층에 근무하고 있는 인사팀장에게 일 안한다고 소문이 났다니. 신입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제, 제가 일을 안 한다고 소문이 났다구요?"

"그래요, 일 안한다고 소문이 아주 파다해~"

점심으로 먹은 불고기가 가슴에 콱 막히는 느낌이었다. 동기들과 떠들고 이야기하면서 되찾았던 열정과 용기 비슷한 희망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신입의 마음이 점심식사를 하기 전보다 더 칠흙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일 안한다고 소문이 파다하다니, 역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내가 회사에 있으나마나 한 존재로 보이는구나... 소문이 났다는건 우리 팀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했다는건데,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지? 허 과장님이 다른 부서 사람들이랑 점심 자주 드시던데, 그 때 이야기 했나? 아니면 강 팀장님이 인사팀장에게 새로 온 신입이 일도 제대로 못 배우고 시간만 떼우고 있다고 인사평가를 올렸나?'


인사팀장의 말 한마디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서히 신입의 숨통을 옥죄어 왔다.






1장. 적응기

자기소개

첫 출근

센스가 필요해

달콤한 행복

월요일

언니의 조언

닮고 싶은 그녀 

정리의 힘

'아' 다르고 '어' 다르다


2장. 권태기 

심상치 않은 기류

낙동강 오리알

일 안한다고 소문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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