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호랑이 Sep 11. 2016

자기소개


우리 회사에는 왜 지원하셨어요?


맞은편에 앉아있는 박 대리가 팔짱을 끼고 신입에게 질문했다. 옆에 앉아있던 권 과장이 핀잔을 줬다.

"아니, 여기가 지금 면접 보는 자리야? 신입 긴장하게 그런 걸 왜 물어봐?"

팀장 면접까지 무사히 통과해 함께 일할 팀원들과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또 면접 질문이라니... 살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렵지 않은 질문이기에 신입은 늘 하던 대로 지원동기를 읊었다.


"아, 전 법대를 졸업했지만 커피를 제조하고 매장 운영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지원했습니다. 바리스타부터 시작해 부점장까지 1년 3개월 근무했고요, 올해 사내채용에 지원하여 H팀에 들어오게 됐습니다."

사무실 안쪽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회의실에 5명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짝 긴장해 굳어 있는 신입 왼쪽에는 몇 주 전 최종면접 때 만났던 강 팀장이 앉아 있었고, 주름 하나 잡혀있지 않은 셔츠와 반짝반짝 광이 나는 구두에서 깔끔한 성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신입 맞은 편에는 무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조곤조곤 질문을 던지는 박 대리가, 그 옆에는 매장에서 일할 때 종종 보았던 권 과장이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주도했다. 신입 오른쪽에는 살짝 배가 나온 김 주임이 선배들의 말에 맞장구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신입은 팀 내 유일한 여자였고, 팀원 모두와 열 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났다. 연륜이 묻어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꼬마가 된 기분이었다. 문득 매장에서 근무할 때 얼굴만 알고 지내던 본사 직원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본사 발령 나신 거 봤어요, 축하해요! 그동안 매장에서 일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죠? 그런데 본사는 훨씬 더 힘드실 거예요. 하하. 힘내세요."


겉으로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복잡한 마음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후,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1장. 적응기

자기소개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직장생활을 통해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