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철환 #못난이 만두 이야기
나, 청연(靑燕) ; 책을 읽고, 책을 담고, 책을 쓰는 인간
★ 필명 : 청연(靑燕- Blue Sky, Swallow) - 파란 하늘을 나는 제비
Heads up
책을 읽고 느낌을 담아 씁니다.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는 어수선할 수도 깔끔할 수도 있는 글입니다.
사유는 곧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
꽃을 피웠다고 모두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꽃을 피우지 않고 열매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꽃이 없어서 무화과라고 이름 붙여진 열매도
실상은 꽃이 있습니다.
수많은 속 꽃들이 꽃자루 속에 감춰져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 이철환, '못난이 만두 이야기' 서른 번째 이야기 중 -
봄이 오기도 전 꽃이 핍니다.
아직 추운 날
꽃을 먼저 세상에 내미는 마음을 헤아려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꽃을 가진 나무의
아니 열매를 추구하는 모든 것들의 바람이었습니다.
지난날
꽃은 그냥 꽃이라서 아름답다 생각했습니다.
오늘 보니
꽃은
꿈을 가진 모든 것들이
사투하며 피워낸
생명과 사랑의 결정체입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습니다.
머지않아
그토록 긴 겨울을 참아
마침내 피워낸 꽃들은
열흘 남짓 후
바람에 쓸려 날릴 것입니다.
땅바닥에 떨어져 소멸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토록 거룩하고 아름다웠던 자리를 내어줄 때
비로소
우리는 무언가 기대할 수 있음을 압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희망을 태동한 열매가 되는 것입니다.
아. 꽃.
그 피고 짐
올 때와 갈 때를 아는
최선을 다해 피우고
유유히 소멸되어가는
거룩한 섭리와
사랑이 가득한 꽃이 아름답습니다.
다시 꽃을 봅니다.
꽃에 꿈이 보입니다.
꽃에 사랑이 보입니다.
꽃에 가득한 생명의 신비가 보입니다.
최선을 다해 피워낸
그 열정과 고통의 정점에 선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Passion(열정과 고통) of flowers. 그래서 모든 꽃은 아름답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
어제는
가루비가 내렸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 탓에
바람과 비에 젖은 꽃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흔들리는 가지 끝에 아슬아슬 매달린 꽃잎.
한 눈에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꽃과 꽃
껴안아 줄 서로는 너무도 멀리 있기에
더 춥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문득
흔들리며 피는 꽃이 떠올랐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있겠습니까?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있겠습니까?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있겠습니까?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을 따뜻하게 피웠습니다.
한낱 이슬에도 휘청거리는 꽃잎을
바람과 비에 젖은 꽃잎을
그러나 따뜻하게 피워낸
마침내 기꺼이 자기의 자리를 내어주고
눈 꽃처럼 흩날리며
미련 없이 져야 할 꽃을
한참을 바라봅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비에 젖으면서,
보잘것없더라도
찾는 이 적더라도
최선을 다해 피우겠습니다.
따뜻하게 피우겠습니다.
나는
나를
꽃으로 사랑하겠습니다.
- 청연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활짝 핀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