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진 것 없으나 여기 몇 자 적으리니...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 알렉산드르 푸시킨 -
오가는이 많으나
날은 춥고 마음은 꽁꽁 얼었으니
어찌 선뜻 적선을 바라리오
나도 아오만
내 눈은 멀었고
내 귀는 얼었으니
내 더 무엇할 수 있겠소
칼추위에 누더기 품 여미며
파래 파래 언 손아귀로 눈보라 꼭 쥐면
카페이끼(동전) 몇 닢만도 좋으련만
오늘도 허탕이구려!
찬 보드카 한 잔과
뻣뻣한 검은 빵 한 조각
소원은 단출하오만
신은 어찌도 야속한지 말이요
봄은 언제라오
겨울은 언제 까지라오?
그 누가 꽃은 다시 핀다 하였소
그 누가 봄은 다시 온다 하였소
말라도이 첼로벡!(젊은이여!)
봄은 언제라오?
겨울은 언제 까지라오?
- 소경 걸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며 -
시월은 그토록 아름다웠지만
십일월 첫날은 이다지도 차게 느껴지는지...
오늘 집으로 오는 길 낙엽 거리를 걷다
두 손 모아 적선을 구하는 이를 지나쳤다.
"빠마기. 빠좔루스타!(제발, 도와주세요!)"
난 분명 그 소리를 들었고 그를 무심히 지나쳤다.
흔한 일이라 또 젊은 친구가 구걸하는 모습이 옳지 못하다는 순간적인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녁 내내,
지금 자정에 달하는 시간까지 오늘 지나쳐간 그 일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푸시킨의 겨울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소경 걸인처럼 가난하였지만
발걸음 멈춰 그를 바라보았고
그의 빈 손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그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소경 걸인에게 주었다.
짧은 단 한 줄 글귀.
겨울이 왔으니 봄도 멀지 않으리..
소경 걸인의 삶을,
그 글귀를 읽은 누군가의 삶을 온전 바꾸어버린,
오늘 그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마음을 스르르 녹이는 단 한 줄.
겨울, 봄 그리고 희망.
겨울이 몰려오고 있다.
동토에 핀 흰 눈 꽃, 그 차가운 겨울이.
올 겨울은
못된 바이러스로
더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흡사 푸시킨 시대에 그러했듯이
침체된 경기는 회복을 모르고
예정된 겨울은 더 매섭게 몰아쳐 올 것이다.
오늘을 다시 돌아본다.
무모한 온정일지언정 조금이라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면 추운 이 밤 더 따뜻하지 않았을까...
그도 나도...
주는 이도 받는 이도...
냉철한 판단보다 따스한 실수가 더 낫지 않았을까?
톨스토이는
사람은 결국 사랑으로,
신의 본성을 닮은 사랑이란 참 인성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 내게 부족했던 그 사랑을 돌이키며
내일은 다시 사랑이길
손끝에 작은 실천이 되길
늦은 밤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