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연 Sep 08. 2022

가을에 쓰는 편지

만추, 추석에 쓰는 편지 

꽃이 피는가?

어느새  오색 가을, 가을인가? 

열심히 뛰다 하늘을 한 번 바라보면

또 이렇게 사는 거지 하다 보면

또 이렇게 저무는가 하다 보면 

잠시 스치는 살랑바람 

어제보다 더 영근 노을


줄 노트 꺼내 무작정 써보는 편지

그대 안녕하신지?

막연한 그리움과 약간의 쓸쓸함

아련한 만남의 추억과 아직 생생한 이별의 순간들


아직은 기억하지만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 

애써 써보는 이름들... 

이미 오래 입에 익은

아직 어색한 그 이름들을 

되뇌이는 또 되뇌는 날


흔들흔들 코스모스의 속삭임

아직 먼 봄, 덧없는 기약 낙엽  

가까이 또 먼 곳의 당신께 닿고자 

이 저녁

이 밤

또 깊은 새벽

또 다른 이슬 아침 

새파란 하늘에 풀어놓은

후후 불어넣은 기억 

사연 가득 품은 풍선

두둥실 두둥실 떠가는 구름

그 마음 

 



생각보다 빨리 온 가을 

생각보다 빨리 영글어가는 우리

꽃이 핌을 감사해야 하는지

꽃이 짐을 감사해야 하는지...

감히 꽃의 피고 짐, 둘 모두를 사랑할 수 있기를

내게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과 

내게 왔다 떠난 모든 사연들과

내게 올, 그러나 아직은 기대할 수 없는

내게 서 멀어질, 또 그래야 하만 하는 모든 것들을 

더 이해하게 될

더 용서하게 될

더 사랑하게 될 

오늘, 이 가을을 축복합니다. 




그리움 닿은 만남과 

아쉬움 남을 이별들...

행복한, 풍성한 그리고 아름다운

두 번 없을 추석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조지아에서 우성길 올림 - 

 


조지아, 우쉬굴리 교회에서 밝힌 기도의 촛불 / 사진 : 청연 
아르메니아, 세반호수의 석양 / 사진 : 청연 

 



매거진의 이전글 봄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