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추석에 쓰는 편지
꽃이 피는가?
어느새 오색 가을, 가을인가?
열심히 뛰다 하늘을 한 번 바라보면
또 이렇게 사는 거지 하다 보면
또 이렇게 저무는가 하다 보면
잠시 스치는 살랑바람
어제보다 더 영근 노을
줄 노트 꺼내 무작정 써보는 편지
그대 안녕하신지?
막연한 그리움과 약간의 쓸쓸함
아련한 만남의 추억과 아직 생생한 이별의 순간들
아직은 기억하지만
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
애써 써보는 이름들...
이미 오래 입에 익은
아직 어색한 그 이름들을
되뇌이는 또 되뇌는 날
흔들흔들 코스모스의 속삭임
아직 먼 봄, 덧없는 기약 낙엽
가까이 또 먼 곳의 당신께 닿고자
이 저녁
이 밤
또 깊은 새벽
또 다른 이슬 아침
새파란 하늘에 풀어놓은
후후 불어넣은 기억
사연 가득 품은 풍선
두둥실 두둥실 떠가는 구름
그 마음
생각보다 빨리 온 가을
생각보다 빨리 영글어가는 우리
꽃이 핌을 감사해야 하는지
꽃이 짐을 감사해야 하는지...
감히 꽃의 피고 짐, 둘 모두를 사랑할 수 있기를
내게 오고 가는 모든 사람들과
내게 왔다 떠난 모든 사연들과
내게 올, 그러나 아직은 기대할 수 없는
내게 서 멀어질, 또 그래야 하만 하는 모든 것들을
더 이해하게 될
더 용서하게 될
더 사랑하게 될
오늘, 이 가을을 축복합니다.
그리움 닿은 만남과
아쉬움 남을 이별들...
행복한, 풍성한 그리고 아름다운
두 번 없을 추석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조지아에서 우성길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