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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11. 2021

눈. 그대를 닮은

#바람의 노래. 둘

눈. 그대를 닮은


밤새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긴긴밤이 다 가기 전 이 마음을 녹여내

동트는 새벽에 부칠 마음으로 씁니다. 


그대여! 

아무 때나 내게 와서

어지럽게 나를 만지고 가는 사람이여! 

조심스레 당신의 이름을 불러보고선 

아직 이름조차 써 보지 못한 

새 하얀 편지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토해내지 못하는 가슴에

점점 더 고조되는 숨 가쁨에 

긴 한숨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봅니다.  


창 밖에는 눈이 옵니다.

그대가 내립니다. 

눈은 그대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가벼이 옵니다.

가벼이 날립니다. 

차갑고 또 따스하게 나를 덮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대는 내게 차고 따스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대를 늘 타나 봅니다. 

추위와 더위를 잘 타는 나라서

그래서 나는 그대를 더 잘 타나 봅니다. 

아리고 시리지만 늘 그리워지는 그대

그대를 흠모하는 눈이 그대를 닮았습니다.

그대를 질투하는 눈이 그대를 외려 내게 불러옵니다. 

그대를 끊임없이 불러옵니다.


불변을 다짐하며 쓴 편지에 글씨가 번져갑니다. 

내 편지 위에 그대가 내려앉았나 봅니다. 

영원하다는 잉크조차 그대를 거스르진 못합니다.

이제 자신 있게 써내려 갑니다. 

이미 그대로 얼룩지듯 번진 글씨들에 

내 눈물을 더한다 해도 티가 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대여 눈치채지 마소서.

그대여 부디 모른 체하소서.

그리하여 내 눈물 마르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대를 영원히 품게 하소서. 

다만 가끔은

그대의 하얌으로

그대의 순수함으로 나를 덮어 주소서. 

그대를 닮은 저 창밖 눈으로 내게 와주소서.  

  



정말 그대는 눈처럼 내게 왔습니다. 

검은 땅을 덮는 새 하얀 눈처럼 내게 왔습니다. 


그 후로 늘 바라 왔습니다. 

눈이 녹아 내 어둠이 드러나기 전에 그대가 다시 오기를

깃털같이 가벼운 눈송이가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만큼 쌓이고 쌓여

마침내 내가 나를 포기하고 그대를 닮기를 바랐습니다. 


오늘 그대 안에 내가 있는 것은 기적입니다. 

오늘 내 안에 그대가 있는 것은 행복입니다. 

오늘 함께인 것은 또 우리의 하루를 선물 받았다는 기쁨입니다. 




그대와 함께 듣고 싶은 노래가 있습니다.  


Beautiful in white / By Shane Filan(Westlife)

*제목을 클릭하시면  Youtube 영상으로 바로 연결됩니다.  


From now to my  very last breath, This day I'll cherish...
오늘부터 내 마지막 호흡, 그 마지막 순간까지 오늘을 소중히 여길게...
- Beautiful in White 가사 중 - 


'In White'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신부를 연상케 합니다. 

제게도 다름은 없습니다. 

다만 제겐 'In White'에 새하얀 눈이 더 그려집니다.

그 새하얀 눈 소복이 쌓인 눈부신 평원 위로 

사랑하는 이가 사뿐히 걸어오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랑하는 이를 닮은 눈과 사랑하는 이를 빛나게 해 주었던 하얀 웨딩드레스.  

그 기적 같은 인연은 십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부주의한 설렘'을 동반합니다. 


나는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오로지 감사함으로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는 더 배워가고 싶습니다. 

오로지 겸손함으로 그대 앞에 서고 싶습니다. 


비껴감 없이

오롯이 그대만 바라보고 싶습니다... 




끝으로 그대에게 묻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까?

더 사랑하고 싶은 이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왜 용기 내지 않으십니까?

오늘 손편지 한 통 고이 써서 부치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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