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끝에서
보통 일을 시작하는 시간은
오후 일곱 시쯤이다.
아직은 저녁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
식당 앞은 붐비고,
거리는 하루를 끝내려는 사람들과
막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겹쳐 있다.
퇴근길에 몸을 맡긴 사람들,
이미 웃고 있는 얼굴들.
그 사이를 지나
나는 조용히 차를 움직인다.
아홉 시를 넘기면
도시는 조금 다른 색을 띤다.
불은 여전히 켜져 있지만,
대화는 낮아지고
걸음에는 하루의 무게가 실린다.
같은 공간을 지나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하루를
각자의 속도로 정리하고 있다.
열두 시를 지나고 나면
시계를 보지 않아도
도시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사람의 간격이 넓어지고,
차창 밖 풍경은 조금씩 비어간다.
그 시간에 만나는 가게들은
대체로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불은 켜져 있지만 손님은 없고,
하루를 정리하는 손길만
조용히 남아 있다.
깊은 새벽으로 넘어간 시각이면,
성수동과 금호동, 을지로와 종로,
이태원과 한남동, 강변북로까지.
낮에는 차와 사람으로 가득했던 장소들이
그저 지나가는 배경처럼 조용히 놓여 있다.
여러 번 다녔던 길인데도
익숙함보다 낯섦이 먼저 스친다.
문득 영화 바닐라 스카이가 떠오를 만큼
차가 없는 서울의 넓은 도로를 달릴 때면
경험해 본 적 없는 공간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신호는 여전히 작동하고,
표지판도 그대로인데,
이곳이 현실인지
현실을 닮은 다른 장면인지
잠시 헷갈리게 된다.
그 시간에 느꼈던 감정들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외롭기도 했고,
이상하게 편안하기도,
괜히 새로운 다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속도를 늦추며 생각을 가라앉혔고
하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미
어두운 밤을 통과하고 있었다.